내가 낸 기부금이 제 용도에 맞게 쓰이고 있을까? 기부금이 제 용도를 못 찾아가고 있다는 시민들의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시민들이 낸 상당수 기부금이 지정 취지에 맞지 않게끔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해진 기간 안에 배분도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부금 15억원 아예 배분도 안 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4년도 국감자료> 가운데 기부금을 총괄관리하고 있는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에 대한 2003년도 정기감사 자료에 따르면,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는 1999년 10월1일~2003년 12월31일까지 지정 기부금 총 8백50억6천여만원을 기탁 받았으나, 이 가운데 일부가 지정 취지에 맞게 배분하지 않는 등 규정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우선 이 가운데 총 37건의 지정 기탁금 15억2천9백여만원은 아예 배분이 안 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예로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는 2001년 5월 '롯데 마그넷'의 '사랑의 독거노인 돕기' 행사를 통해 독거노인을 돕는 취지로 총 2천3백20여만원을 기탁받았으나 이를 배분하지 않았다. 또 2000년 6~10월까지 SBS와 동아일보사가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사랑을 우리 가슴에' 행사를 통해 기탁한 성금 7천만90여만원도 배분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기부 목적과 다른 용도로 전환돼 사용되기도"**
원래 지정 취지와 다른 용도로 전환돼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2002년 11월, 12월 중에 있었던 CBS 특집방송 '영동 지역 수재민을 도웁시다'와 SBS 창사특집 특별 생방송 '수재 이웃에게 따뜻한 겨울을'을 통해 모금된 수재민 돕기 성금 6천3백여만원은 기탁된 뒤, 이 중 1천8백여만원이 지정 취지와 달리 일반성금으로 전환돼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맥도날드가 '2002년 11월20일 국제연합(UN) 세계 어린이날'을 기념해 진행한 결식아동 돕기 행사 기금으로 1억1천6백여만원을 기탁받았으나, 금액의 대부분인 1억1천여만원도 지정 취지와 달리 일반성금으로 전환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다른 용도로 전환돼 사용된 경우는 총 4건으로, 4건의 전체 기탁액 6억9천9백여만원의 절반인 3억2천4백여만원이 기부자의 지정 취지와 다르게 일반 성금으로 전환돼 사용됐다.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은 기부자의 의도와 사용 목적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기부자에게 재기탁 또는 일반 기탁을 하도록 요청하도록 돼 있다.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는 그러나 기부자에게 변경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빈곤 아동에게 갈 놀이 동산 티켓이 은행 금고 안에"**
현재 기부금품은 기탁을 받은 후 3개월 이내에 지정 취지에 맞게 배분하도록 돼 있으나, 이 역시 무시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는 지난 2003년 4월29일 (주)호텔롯데로부터 교통사고 유자녀와 빈곤 가정 아동, 장애인 등에게 배분되기를 바라는 목적으로 '롯데월드 Big3 티켓' 2만매(총 6천만원)를 지정 기탁 받았으나, 이중 9천매(2천7백만원)가 2004년 5월 현재까지 외환은행 대여 금고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규정대로라면 2003년 7월말까지 배분이 돼야 한다.
또 2001년 10월5일 일반인으로부터 일반 기탁 받은 상품권 7매(50만원) 등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총 6건의 상품권(1백78만원)도 배분되지 않고 금고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이들은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기부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같이 부실한 기부금 관리가 우리나라에서의 기부문화 활성화의 한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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