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가 최초로 실시한 기술영향평가를 입맛에 맞게 결과를 각색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기술영향평가는 신기술이 경제ㆍ사회ㆍ문화ㆍ환경에 미칠 영향을 미리 예측ㆍ평가해 긍정적인 것은 더 부각시키고, 위험이나 부작용을 미리 차단할 수 있도록 실시하는 제도로서,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처음 실시됐다.
특히 처음에는 1천억원이던 시장 규모가 대통령 보고 때는 5천억원으로 5배나 부풀려졌고, 일부 전문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환경적, 건강상의 위해(危害) 내용은 축소ㆍ순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초안에서 1천억원이던 시장 규모가 대통령 보고때는 5천억원으로"**
7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2003년 기술영향평가 사업 결과 보고서와 기술영향평가위원회 회의록 등을 검토한 결과, 객관적이어야 할 기술영향평가 보고서가 과기부의 입맛에 맞게 각색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2004년 3월에 공식 발간된 보고서와 그 전에 나온 '결과 보고서(안)'와 회의록 등을 비교해보면 "당시 기술영향평가 대상이었던 '나노-생명공학-정보기술 융합기술(NBIT)'의 환경적ㆍ건강상을 위한 내용은 축소ㆍ순화시키고, 긍정적인 내용을 추가ㆍ보완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기부는 NBIT 시장 규모를 무려 5배나 부풀린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 보고서(안)에서 1천억원이던 시장 규모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대통령 보고에서는 5천억원으로 부풀려진 것이다.
이렇게 보고서가 왜곡되는 과정에서 일부 전문위원들은 "사회에 대한 긍정적 영향이 과장돼 동의할 수 없다"며 일부 삭제를 요구했으나 묵살된 것으로 확인됐다.2004년 3월10일 실시된 5차 기술영향평가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시민단체 소속 위원의 입장 변화가 여전히 없고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된다"고 명시해 놓았으나 관련 논란은 최종 보고서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 보고용 만들기 위해, 전문가 배제한 채 내부직원들끼리 첨삭"**
한편 원래 20003년 11월에 보고한 후 공개하기로 돼 있던 최종 보고서가 2004년 7월에야 공개된 배경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이미 2003년 10월에 인쇄본까지 만들어졌으나, '평가 보고서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며 공개가 미뤄졌다"며 그 이후 수정, 보완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전문위원들과 협의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기술영향평가위원회 및 산하 전문 분과 위원회는 2003년 10월 이후 2004년 3월까지 단 1차례의 회의도 소집되지 않았다. 과기부도 "2003년 12월부터 2004년 2월 중순까지 기술영향평가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과기부는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기술영향평가 사업을 지원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내부 직원 5명이 따로 모여, 평가위원이나 전문위원 참가 없이 기본 안을 첨삭ㆍ보완해 새로운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KISTEP은 예산에 없던 99여만원의 비용을 별도로 지출했다.
결국 보고서는 2004년 4월에 발간됐다.
과기부는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는 핑계를 대기 위해 이미 보고서가 발간된 4월10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형식적으로 진행된 공청회에서 시민들은 들러리로 전락했고, 수백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차세대 기술에 대한 영향 보고서는 졸속으로 만들어져 대통령에게 보고까지 됐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2003년도 기술영향평가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보고서를 조만간 공개하고, 기술영향평가기관의 독립성 등 개선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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