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5일 자신의 재임기간중 단행된 핵농축 실험과 관련, "재임기간중 비핵원칙을 준수했다"며 국제사회 일각의 핵무기 개발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한편 퍼그워시 회의 창시자인 조지프 롯블랫경은 이날 연설에서 "부시 정부의 미국은 공격적인 정책으로 국제사회를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부시의 핵정책을 비판, 눈길을 끌었다.
***DJ, "재임 기간중 비핵원칙 준수"**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제평화군축단체인 '과학과 국제문제에 관한 퍼그워시 회의' 제 54차 총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재임 기간 중 비핵원칙을 준수했다"며, 재임기간중인 지난 2000년초 실시한 우라늄 농축실험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혹의 시선에 대해 해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최근 노무현 정부의 핵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4원칙 발표를 언급하며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전력생산의 40%를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으며 핵의 평화적 이용은 국가의 매우 중요한 정책 목표"라며 "한국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과 협력, 국제사회 요구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이밖에 "오늘날 세계는 핵무기 감축과 폐기, 핵실험 금지, 비확산 노력에도 불구, 핵무기는 여전히 우리들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고 그 위협은 최근 날로 커져가는 상황에 있다"며 이러한 위협을 제거하고 인류가 평화 속에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엄청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5대 핵보유국은 약속한 대로 핵무기 감축과 완전 폐기 노력을 중단없이 추진하고 ▲남아시아와 중동에서 공개 또는 비공개리에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선례에 따라 핵무기 포기의사 천명하고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IAEA의 사찰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핵무기 비보유 국가들은 핵무기 가질 의사 없음을 밝히고 확산 방지에 적극 협력하고 ▲모든 비핵보유국가들에 대한 핵보유국가들의 핵공격이나 위협은 철저히 금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DJ, "北핵포기, 美안전보장 동시에 이뤄져야"**
김 전 대통령은 또 북핵문제와 관련,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우리가 당면한 최고 중요사항"이라며 "이는 92년 남북한에 맺어진 한반도 비핵화 공공선언을 위반한 것이고 한반도 평화에 커다란 위협이 되므로 포기돼야 한다"는 종전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반면 미국은 북한에 안전보장을 해주고 경제회생을 위한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을 막지 말아야 한다"며 "북한이 미국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핵무기 등 대량살상 무기에의 유혹에 사로잡히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만 이뤄진다면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아울러 북-미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측간에 상호 불신이 있는 만큼 이러한 조치가 동시 또는 병행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미간 직접 대화 및 6자회담과 함께 국제사회의 협조를 당부하고 "북-미 관계가 개선되고 핵문제가 해결되면 한반도는 획기적인 변화와 번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의 핵무기를 용납치 않고 전쟁을 통한 문제 해결에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퍼그워시 창시자 롯블랫경, "부시의 공격적 정책, 국제사회에 위험 초래"**
한편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 기조연설에 이어 발언에 나선 퍼그워시 창시자 겸 명예회장인 롯블랫경은 미국의 핵무기 정책에 대해 비판, 눈길을 끌었다. 롯블랫경은 "4년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새로운 핵정책을 발표했다"며 "이는 핵무기를 만들고 핵무기의 선제공격까지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미국 부시 정부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자세는 부시 정책을 받아들이면 친구이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라며 "15년전 소련 공산주의 붕괴와 이념투쟁 종식으로 끝났던 수십년간의 세계 양극화 현상은 다시 국제사회의 새로운 양극화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세계는 미국에 우호적이고 핵무기 보유를 허용받은 '좋은 친구들'과 안전을 보장받는 방식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되지 않고 있는 '나쁜 친구들'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롯블랫경은 40년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버트런드 러셀 등과 함께 핵무기 반대운동을 시작했고 핵무기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유일하게 사퇴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또 1950년대 중반 수소폭탄 반대를 선언한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서에 서명한 과학자 중 유일한 생존자이며 안보 및 군축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싱크탱크인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창설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1957년 과학자들의 핵군축 모임인 '퍼그워시 회의'를 창설한 후 핵무기 반대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95년 퍼그워시 회의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퍼그워시 회의 주제인 <핵문제 : 퍼그워시와 부시 정책>을 떠올리며 "부시 정부 아래에서 미국의 공격적인 정책은 국제사회에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다"며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게 되는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핵무기는 군사전력의 기본 요소가 되고 있고 다른 무기처럼 전쟁터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핵무기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라는 지적이다.
그는 핵무기 보유 국가들의 "이중성"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핵무기 국가들은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군사 전략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반면 이들 국가들은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핵무기 개발을 금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이중성은 많은 국가들로 하여금 더이상 참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렇게 두 계층으로 나뉘어져 혼돈상태이며 이 상황에서 NPT는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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