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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발표와 달리, 군부대 '매혈' 광범위하게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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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발표와 달리, 군부대 '매혈' 광범위하게 존재"

고경화 의원, "헌혈 대가 접대도 사실로 드러나"

일부 군 부대가 대한적십사로부터 장병 헌혈을 대가로 정기적으로 억대의 공사비와 접대를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지난 9월10일 "매혈 지원은 일부분이며 대부분 문제없다"고 해명한 바 있어 축소 조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조사 발표 1주일 전인 지난 9월3일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적십자사 창립 후 처음으로 이윤구 적십지사 총재를 전격 내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그 배경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군 부대 매혈' 의혹이 제기되자 바로 "전 군으로 조사를 확대하라"고 지시했었다.

***"군 발표 사실과 달라, 군 장교 대상으로 접대도 존재"**

국회 보건복지위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실이 적십자사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00~2004년까지 5년간 수십건의 공사비 지원과 접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지난 10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993~2003년까지 부당한 지원은 3억5천만원에 불과하며, 그것도 일부 부대에 한정돼 있었다"고 주장했었다.

우선 국방부 발표와 달리 군 장교를 대상으로 한 공공연한 접대가 관행처럼 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적십자사가 고경화 의원실에 제출한 <2001년도 정기감사 지적사항 조치결과> 자료를 보면, 1999년도 S혈액원의 경우 육군 A사단에 상품권 17만원, 접대비 37만3천4백원, 물품 지원 2백18만4천6백원을 포함해 총 2백72만8천원의 예산을 사용했고, 육군 B훈련소의 경우에는 상품권 24만원, 접대비 1백53만8천원, 물품 지원 1백2만5천4백원 등 총 2백80만3천4백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0년도에도 이 혈액원은 육군 C사단에 접대비 1백41만1천원, 물품 지원 3백59만1천원 등 총 3백5천원의 예산을 사용했고, A사단에도 접대비 1백1만1천원을 포함해 총 2백만5천원을 사용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런 접대비, 물품 지원비 등은 적십자사 내부 규정조차도 무시한 채 집행된 것이다. 적십자사는 내부 규정상 "군 부대의 경우 3천명 이상 헌혈시 1회당 50만원을 사용토록 예산에 반영돼 있고, 섭외 기념품도 각 단체별로 적정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2백여만원의 지원을 받은 A사단의 경우 헌혈 실적은 8백명에 불과하며, 총 5백여만원의 지원을 받은 C사단의 경우 헌혈 실적은 7천5백명에 불과했다.

***"매년 1천5백만원씩 헌혈장 환경 개선 명목으로 지원하기도"**

적십자사가 고경화 의원실에 제출한 <군부대 채혈환경 개선을 위해 투입된 비용> 자료를 살펴보면 더욱더 가관이다. 적십자사 산하 전국 혈액원 별로 군 부대에 지원을 내역을 구체적으로 표시한 이 자료에 따르면, "헌혈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에어컨, 냉·온수기, 정수기, 사물함 등 80만~5백만원 상당의 물품이 매년 군 부대에 지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B훈련소의 경우에는 2001년 2천8백99만6천원, 2002년 1천5백만원, 2003년 1천6백6만원, 2004년 1천5백만원 등 매년 헌혈장 시설 개선 및 보수 명목으로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 지역의 한 신병 보충대도 강당 시설 공사 지원금으로 2003년에 6천1백15만4천여원을 지원 받았다. 이들 부대는 입영 신병들을 관리하는 곳으로, 헌혈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이밖에도 B훈련소에는 2000년에 '검체 관리 전산 장비'라는 명목으로 컴퓨터를 5백여만원 어치나 지원받았으며, 공군 A부대의 경우에는 '헌혈자 응급수술용 산소 분압 측정기'라는 의료기도 1백20만원을 들여 사준 것으로 확인됐다.

***"앞뒤 안 맞는 적십자사 자료, 한 겨울에 체육대회 지원비?"**

자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앞뒤가 안 맞는 대목도 많다.

특히 S혈액원에 대한 적십자사 감사 결과에는 2000년도에 해당 지역 부대에 약 7백여만원이 지원된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적십자사가 제출한 다른 자료에는 이 부분은 빠져 있어 기록을 고의적으로 누락시키거나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사진 : 적십자사 감사 자료와 세부 내역서 비교 사진>

이밖에 강원 지역의 한 신병 보충대의 경우 2003년 2월자로 난방비 2백30여만원이 지원됐으나, 2004년에는 7월에 선풍기 30여만원이 지원된 항목만 기록돼 있는 것도 눈에 띈다. B훈련소에 헌혈장 시설 보수비로 매년 1천5백여만원이 지원된 것처럼 비슷한 내용으로 계속 지원된 경우도 태반이다.

2000년에 헌혈 환경 개선 명목으로 5백만원을 들여 에어컨을 지원한 한 부대의 경우 1년 뒤인 2001년에 다시 30만원의 '벽걸이용 선풍기'가 구입된 것으로 표시됐다. 해병대의 한 부대의 경우도 2000년에 1백30여만원을 들여 '창문형 에어컨'을 구입했으나, 다시 2002년에 1백30여만원 들여 또 에어컨을 구입한 것으로 돼 있다. 일부 부대에서는 헌혈장 환경 개선 명목으로 에어컨을 지원 받아 장교 숙소 등에 옮겨 설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문제가 된 경기 지역 신병 보충대의 경우 한 겨울인 2003년 12월에 지역 혈액원으로부터 체육대회 지원금 명목으로 80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날 체육대회가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해당 신병 보충대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한 예비역은 "연말에 장교들 송년회 비용을 적십자사에서 일부 대는 경우가 있다"고 군 시절을 회상했다.

<체육대회 영수증>

***국방부 자체 조사 결과 발표 전, 이윤구 총재-윤광웅 국방장관 전격 회동**

한편 <프레시안>이 적십자사 직원들이 이용하는 내부 게시판을 확인한 결과, '군 부대 매혈'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 9월3일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이윤구 적십자사 총재를 전격 예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십자사 창립 후, 국방부장관이 적십자사 총재와 만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날 이 총재는 "적십자사의 필요에 따라 부대 내 채혈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이 일부 잘못된 보도로 군과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국방의 의무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을 수호한다는 차원에서 군 장병의 헌혈을 적극적으로 권유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8월30일 "'매혈 헌혈 의혹'에 대해 전 군으로 조사를 확대할 것"을 지시했던 국방부는 1주일 뒤인 9월10일 서둘러 "일부 문제가 있지만, 대부분 문제가 정상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며 언론 보도된 부대에 한해서만 징계를 내렸다.

<이 총재-윤 장관 사진>

고경화 의원은 "이제는 적십자사가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들조차 완전히 신뢰할 수조차 없다"면서 "적십자사가 지금까지 여론의 포화를 받으면서도 아직 과실을 솔직히 드러내고 자정에 나서기보다는 은폐하기에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또 "국방부도 해당 의혹을 철저히 해명해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아울러 "적십자가 더 이상 혈액사업 운영을 할 도덕적 명분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혈액사업을 적십자로부터 완전 분리하고 이것을 별도의 공익법인에게 맡기는 특단의 조치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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