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한국, 이탈리아 등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와 관련해 "지금 당장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은 상당히 세게 강타당했고, 이탈리아도 그렇다. 중국에서 일어난 일은 분명하지만, 숫자에 변동이 없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는 좋은 소식"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따라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우리는 우리나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들은 그들의 나라에 대해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 정부는 코로나19가 최초 발생한 중국에 대해 '대통령 포고령'으로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달 31일 '14일 이내에 중국을 방문한 적 있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이달 2일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미 국무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2일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로 발표했고, CDC는 지난 24일 최고 단계인 3단계(경고)로 격상했다. 이는 지역 감염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으니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는 의미다. 때문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이탈리아 등에 대한 입국 금지 등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다행히 추가 조치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매우 매우 준비가 돼 있다"며 조기 국경폐쇄 등 선제적인 조치가 유효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에서 확진자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완치자도 나오는 등 안정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매년 독감으로 2만5000명에서 6만9000명이 사망한다는 사실에 대해 보고 받고 매우 놀랐다"고 말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지명했고, 펜스 부통령이 CDC와 소통하면서 상황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회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백악관이 요청한 25억 달러 규모보다 더 많은 액수를 배정한다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뉴욕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등 공포 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시간 문제라며 "미국에서 지역사회 전파를 보게 될 것이며 이는 이 사태가 과연 일어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확히 언제 일어날 것이냐의 문제"라고 밝히는 등 공포심리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에 대해 격노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 폭락 등 경기가 나빠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적신호'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는 이날 오후 워싱턴의 한국문화원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한국과 미국 보건당국이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고 있으며, 대사관도 미 국무부, 백악관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우리가 미국 측에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한국 정부가 선제적,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며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대사관은 면밀히 주시하면서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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