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주재한 범의학계 전문가 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전략과 관련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완화 정책을 신속히 시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접촉자 격리 등 차단 중심의 '봉쇄전략'이 아니라 지역사회 확산을 지연시키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이후 문 대통령은 전문가 토론회를 청하며 직접 사회를 맡았다. 문 대통령은 참가자들에게 '전문가 선생님'이라 부르며 "질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시고, 소통하면서 끌어주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 주시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응에 대해 다양한 조언을 했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감염이 한 지역에서 상상 이상 크게 발생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완화 정책을 신속히 시작해야 한다"며 "대구·경북 지역, 부산·경남 지역까지 완화 정책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9일 대한병원협회,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예방의학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개최한 '코로나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에서도 제기됐던 방안이다.
김동현 한국역학회 회장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완화 정책을 쓰면 시민사회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왜 중국이 우한 봉쇄 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고민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위기 단계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것은 적절하다"면서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전파되지 않는 행동방식을 만드는 데 강조점을 두자"고 제안했다.
김성란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회장은 "의료기관조차 보호구를 구하기 어려워 마스크도 아껴 쓰는 상황"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보호장구를 생산관리해서 물품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은화 대한소아감염학회 부회장은 전국 초중고교 개학 연기와 관련해 "부모가 가정에서 돌볼 수 있게 직장의 유급휴가가 도입되도록 힘써 주시라"며 "나이 많으신 조부모가 돌보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의 취약한 연령에 해당하는 어르신이 많다"고 부연했다.
김상일 '범대위' 실무TF장(가톨릭대 교수)은 "국민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단지 손 씻기를 열심히 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민 노력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방역체계의 대상이 아니라 방역체계의 한 축"이라고 말했다. 김 TF장뿐 아니라 다수 전문가들이 이에 공감했다.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가천의대 길병원 교수)는 "지금은 중증환자, 사망자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의료기관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병원부담이 증가하다 자칫 중증환자 한 명에 청도 대남병원처럼 전체병원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조건 병원에서 봐야 한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며 "경증 환자는 우한 철수 교민처럼 특정시설에서 자가격리 하고, 거기에 의료진이 가서 진료해주면 병상확보를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은 예정됐던 1시간30분보다 33분여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방역에서 여전히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라며 "조기 발견 사례는 치료가 잘 되는데, 발견이 늦어져서 감염이 많이 진행된 경우 치명률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어 참가자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내며 "전문가 선생님들이 질본과 함께하고 정부와 함께하는 것이 국민이 좀 더 안심하지 않을까 한다"며 "상황이 끝날 때까지 정부와 민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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