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대로 수출 증가세가 급속히 둔화된 반면 유가 등 국제원자재값 급등으로 수입은 급증하고, 유학-연수 급증세로 월간 여행수지 적자가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한국경제에 본격적인 적신호가 켜졌다.
***주력 수출품에 비상등 켜져**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수출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수입증가세는 크게 확대돼 7월에 41억5천만달러이던 상품수지 흑자폭이 8월에는 전월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8억9천만달러로 급감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8월중 수출은 1백98억달러로 전년동월대비 28.8% 증가하여 7월의 증가세 36.2%보다 둔화됐다. 올 들어 수출증가율이 30%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출증가율은 지난 5월 41.9%를 기록한 이래 6월 38.0%, 7월 36.2%, 8월 28.8%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수출의 내용을 보아도, 수출의 70%대를 차지하고 있는 중화학공업제품의 경우 전년동월대비 32.1% 증가로, 화공품(54.9%)과 철강제품(53.5%)만 증가세가 확대된 반면 그동안 수출을 견인해온 승용차(60.3%), 기계류와 정밀기기(37.4%), 반도체(30.3%), 정보통신기기(21.2%), 조선(3.1%) 등은 증가세가 둔화돼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수출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휴대폰의 경우 8월 수출액이 15억4천만달러로, 7월의 15억7천만달러보다 절대 액수가 줄어들었고, 승용차 역시 7월 18억3천만달러에서 8월 16억9천만달러로, 선박도 10억7천만달러에서 8월 10억1천만달러로 절대수출액이 줄어들어 수출주력상품에 적신호가 커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경공업제품의 경우는 전년동월대비 1.7% 증가에 그쳤으며, 고무타이어 및 튜브(29.4%), 종이류(30.3%)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으나 섬유류는 -5.9%로 심각한 감소를 보여, 수출 중소기업의 애로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출지역별로 상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최대수출국인 중국의 경우 7월 44억8천만달러에서 8월 41억3천만달러로 절대수출액이 줄어들었고 제2의 수출국인 미국도 36억2천만달러에서 34억4천만달러로 절대액이 줄어드는 등 EU, 일본,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 모든 지역에서 예외없이 수출액이 전월보다 줄어들었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급등으로 수입 증가**
이처럼 수출에 경고등이 켜진 반면, 수입은 원유 등 국제원자재값 급등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8월의 수입증가율은 33.2%로, 수출증가율 28.8%를 크게 앞질렀다.
수입 급증의 주범은 원유 등 원자재였다. 8월의 원자재 수입은 89억8천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40.8%나 급증했다.
특히 원유의 경우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이 70.4%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비철금속 62.2%, 화공품 36.4%, 철강재 34.5% 순이었다. '제3차 오일쇼크'와 '중국발 원자재 쇼크'가 한꺼번에 한국경제를 강타하는 양상이다.
소비재 가운데서는 곡물 수입 급증이 눈에 두드러졌다. 8월의 곡물 수입액은 3억3천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37.6%나 급증했다. 반면에 수입자동차등 내구소비재(6.7%), 직접소비재(4.9%), 비내구소비재(6.1%)의 경우 극심한 내수침체의 여파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수입지역별로 상황을 살펴보면, 원유가 급등의 여파로 중동에서의 수입액이 7월 24억3천만달러에서 27억2천만달러로 절대수입액이 늘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에서의 수입이 23억8천만달러에서 25억7천만달러로, 중국에서의 수입이 24억1천만달러에서 24억7천만달러로 늘어나는 등 주요교역국에서의 수입절대액이 늘어났다.
***유학 급증으로 여행수지 사상최대 규모 적자**
이처럼 상품 수지가 뚜렷한 악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행수지, 운수수지, 기타서비스수지 등을 합친 서비스수지는 10억9천만달러의 적자를 내, 지난해 1월의 11억8천만달러 적자 이후 가장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내국인 출국자수는 사상 처음으로 90만명을 돌파하는 등 해외여행객이 급증, 여행수지가 7억3천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는 전월보다 적자폭이 1억달러 확대된 것이며, 월간 여행수지 적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여행수지 악화의 주범은 역시 '유학-연수'로 7월 2억달러였던 유학-연수 적자 규모가 8월에는 3억달러로 1억달러나 늘어나 전체 여행수지 적자 증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기타 서비스 수지도 특허권등 사용료 지급 증가 등으로 적자폭이 전월의 3억9천만달러에서 7억2천만달러로 크게 확대됐다.
***경상수지 10억달러로 격감, 앞으로가 더 문제**
이로써 경상수지 흑자는 7월중 32억3천만달러에서 8월에는 그 3분의 1에 불과한 10억9천만달러로 축소됐다. 이같은 8월 경상수지 흑자액은 지난 3월의 9억1천만달러 흑자 이후 연중 두번째로 작은 규모다.
자본수지는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 순유입과 예금은행의 해외대출금 회수 등으로 9억4천만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그러나 9월 들어 외국인들이 증시에서 순매도로 돌아서, 앞으로 이 수치 또한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이같은 8월의 경상수지 악화가 한두달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의 험난할 한국경제에 대한 신호탄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특히 한동안 하향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또다시 급등세로 반전돼 사상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세계경제가 내년도 하향조정기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국내증시에서도 외국계 자금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은 앞으로 경상수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해외-유학과 이민 및 상류층 일각의 자본유출이 급증하면서 국부 이탈 조짐까지 읽히고 있다.
내수경제는 지난 수년간 잇따른 '경기부양 투기정책'의 결과로 부가 일부 계층으로 쏠리면서 '구매력 실종'에 따른 장기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그나마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경제마저 거센 외풍에 휘말려 뒤뚱거리기 시작한 게 한국경제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