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모범국'으로 기대됐던 한국이 중국 본토 이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면서 영미권 주요 언론들이 '글로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대한 우려를 금치 못하는 시각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계속 늘어나 24일 오후 4시 기준 833명, 사망 7명이 됐다. 하룻만에 확진자만 231명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한국을 비롯해 이란과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팬데믹을 피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전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도 "이란, 이탈리아,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한국에서는 특히 4위의 대도시 대구에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점점 고립되고 있다"면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대구행 노선을 각각 3월9일과 3월28일까지 잠정 중단했다"고 전했다. 또한 통신은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금과 원유 등 안전자산을 선호해 아시아 증시와 월가의 선물지수가 폭락하고, 한국의 원화 가치는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24일 코스피는 3.87%나 하락하며 2079.04로 마감하며 2018년 10월11일 4.44% 하락 이후 1년 4개월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0원 오른 1202,2원에 거래를 마졌다. 지난해 8월13일 1222.2원 이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WHO, 아프리카마저 뚫리는 상황 가장 크게 우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한 국가적 대응력이 취약한 국가들이 몰려있는 아프리카가 뚫리는 상황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WHO는 특히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13개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바이러스 확산에 대비할 것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아프리카 대륙과 인접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 단계까지 악화된 첫 국가가 되었다. 이탈리에서는 지난 20일 확진자 3명에서 23일 152명으로 폭증했다. 주변국들은 이탈리아가 유럽 전역으로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진원지가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개방 국경'이라는 근본적인 원칙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현재 유럽 여러 나라들은 유로존 위기 이후 긴축재정으로 공중보건 체제가 매우 취약해진 상태라는 점에서, 유럽이 자부해온 공중보건 체제도 역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 유럽의 확산 여부 시험대"
신문은 "유럽 4위의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 사태는 유럽처럼 개방된 지역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아낼 수 있느냐는 시험대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가 뚜렷한 롬바르디아 주 10개 마을 5만 여명의 주민에 이동제한령을 내리고, 이탈리아 전역에 적용되는 비상조치 방안을 채택했다. 봉쇄령이 내려진 주민들은 당국의 특별허가를 받아야만 마을 밖으로 출입할 수 있다. 경찰과 무장요원들이 도시 곳곳에 배치돼 감시하고 있다.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졌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프랑스 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카니발로 꼽히는 베네치아 카니발은 25일 폐막 이틀을 남기고 전격 취소됐다. 무역전시회, 밀라노 라 스칼라 등 오페라 공연, 세리에A 축구시합 등 스포츠 경기도 모두 취소됐다. 이탈리아 당국은 오는 4월까지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을 오가는 직항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동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유일하게 속출하고 있는 이란 때문에 주변국들도 비상이 걸렸다. 파키스탄과 터키는 이란과의 국경을 23일 전격 폐쇄했다. 이란에서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만 최소 8명으로 중국 이외 국가 중 최다 사망자가 나왔다. 43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례적으로 높은 사망률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치사율을 현재 2%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란의 실제 감염자는 훨씬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문에 이란 당국은 14개 지방의 모든 학교와 문화센터를 1주일간 봉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란과 무려 약 960킬로미터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은 국경 폐쇄조치에도 불구하고 국경 검문 시스템이 허술해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도 이란으로의 모든 여행을 '필수적인 인도주의적 활동' 이외에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24일부터 일본이나 한국을 경유한 모든 외국인에게도 입국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앞서 이스라엘 당국은 중국,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태국을 입국 금지 지역으로 정한 뒤 일본과 한국을 추가한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성지순례를 온 한국인 38명 중 무려 20명이 코로나19 감염이 확진됐다는 소식에 패닉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성지순례단은 지난 8~15일 이스라엘과 웨스트뱅크 일대의 유명 교회와 종교시설, 5개 호텔을 거쳐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접촉한 이스라엘 어린이 수십명 등 많은 사람들이 자가 격리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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