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계속 눈덩이처럼 부풀어 내년 국민 1인당 세부담이 3백42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IMF사태직후인 지난 1998년의 1인당 세부담 1백83만원과 비교할 때 거의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은 어렵게 IMF사태 이전수준을 회복한 상태고, 게다가 내용적으론 IMF사태후 단행된 '경기부양 각종 투기정책'에 따른 양극화로 다수 국민은 "IMF사태때보다 살기 힘들다"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에 국민 등에 지워지는 세금만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IMF때보다 살기 힘드나 세금은 두배"**
재정경제부가 23일 확정한 `2005년 국세세입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국세수입은 1백30조6천1백32억원으로 올해 세수 전망치 1백22조6백86억원보다 7.0%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국세세입 예산에 지방세수 추정치 35조3천9백억원을 합친 총 조세액을 내년도 추계인구수(4천846만590명)로 나눠 산출한 1인당 세부담액은 3백42만5천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올해 세수 전망치 3백18만원보다 7.7%(24만5천원) 늘어난 것이다.
재경부는 내년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을 5%로 잡고 이같은 세입전망을 산출했다고 밝혀, 국민들은 내년에도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세금증가에 시달려야 할 판이다.
***갈수록 월급쟁이들 허리만 휘청**
국민이 내야 하는 세금을 항목별로 보면, 부자와 서민이 똑같은 세율의 세금을 내는 대표적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는 39조3백81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기업이 내는 '직접세'인 법인세가 26조3천3백64억원으로 2위, 세일즈맨이 주로 내는 소득세가 25조4천8백29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 대표적 세가지 세금의 내년도 증가율은 부가가치세가 5.0%, 법인세가 11.6%, 소득세가 15.8%로 잡혀, 소득세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소득세 증가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과표 현실화에 따른 것이기는 하나, 최근 아파트 투기족뿐 아니라 주택 보유 실수요자들의 부동산세 부담도 급증하고 있어 결국 월급생활자들에게 세금부담이 가중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교통세는 최근 유가급등으로 생활인들의 허리가 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수 감소를 우려한 정부의 교통세 인하 불가 방침에 따라 전년보다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에 특별소비세는 최근 "부자가 돈을 써야 경기가 풀린다"는 논법아래 단행된 정부의 특소세 품목 폐지조치에 따라 5조1천3백39억원으로 전년보다 12.9%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간접세 급증, '조세 불평등성' 심화**
1인당 세부담액은 지난해 3백6만4천원으로 처음으로 3백만원을 넘어선 이후 내년 3백42만5천원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며 사상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IMF사태 때보다 살기가 어렵다"고 비명을 지르고, 실제로 지난해 자살률이 IMF사태때 기록을 경신하며 세계최고 수준으로 급증하는 등 경제사정이 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독 세금만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고속 신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대목은 법인세 인하 등 최근 정부의 잇따른 직접세 감세 정책으로 상대적으로 간접세의 비중이 나날이 높아지는 '소득 역분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미 부자나 서민이나 똑같은 세금을 내는 간접세 비중이 전체 세금의 50%를 넘어서 직접세를 앞지르면서, 국제사회에서 '조세 불평등성'이 심각한 나라로 지목받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정부와 재계가 밀어붙이고 있는 '기업도시' 등에서 대대적 직접세 감면을 약속함에 따라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흔히 노무현정부를 비판하는 보수세력들은 "노무현정권은 성장 대신 분배정책을 펴려 하는 좌파정권"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지난해 1백50조원대의 아파트값 폭등과 '조세 불평등성' 심화로 대표되는 '분배의 악화'는 노정부가 결코 좌파정권이 아님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이헌재 경제부총리 주장대로 경제정책에 관한 한, "노무현 정부는 분명한 우파정권"인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노무현정부가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려 한다면, 특소세나 법인세 등과 같은 '부자들의 세금' 감면에 치중하지 말고, 대다수 서민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동시에 '조세 불평등성'을 해소할 수 있는 '한시적 부가가치세 인하' 같은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관료들은 '세금징수의 편의성' 등을 들어 부가가치세는 '언터처블'이라는 완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여권도 이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 '관료의 덫'에 깊숙이 걸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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