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기업도시를 밀어붙여 연내에 전남 무안ㆍ영암과 전북 군산 새만금 지역을 시범 도시로 선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시민ㆍ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정부이길 포기하고 있다"며 참담한 심정을 내비쳤다.
***"우리나라 기업은 부동산 투기, 개발 이익 환수가 기업도시 목적"**
경실련 서울시민정책위원장으로 기업도시에 대한 비판을 일관되게 해온 조명래 교수(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는 21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정부이길 포기하고 있다"며 정부의 기업도시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도시는 사실상 국토의 일부분을 기업에게 조차하는 것과 같다"며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전경련이 주장하고 있는 기업도시는 그런 용어도 외국에는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성격도 매우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이 예로 든 일본의 도요타시, 스웨덴의 시스타사이언스파크, 프랑스의 소피아앙티폴리스 등은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게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자생적으로 건설된 것으로, 기본적으로 기술 혁신과 그것에 기반을 둔 새로운 산업 공간 모델로 기능하는 곳이다. 이들 도시에서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그것이 일자리 창출, 기술 혁신, 성장 동력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런 것보다는 부동산 투기와 개발 이익을 염두에 두고 기업도시를 추진하고 있다"며 "관광레저 복합도시와 같은 엉뚱한 방향으로 기업도시가 흘러가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관광레저 복합도시는 원래 문화관광부에서 추진하다 기업도시 얘기와 맞물리면서 같이 가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수준이 한심할 뿐"이라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
***"정부가 정부이길 포기했다"**
조 교수는 또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이들 도시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기업이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지자체는 이것이 잘 되도록 공공 서비스로 뒷받침하는 식으로 운영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기업에게 토지강제수용권을 주고, 도시 전체를 기업이 운영하도록 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공공 서비스를 포기한 대가로 지자체가 기대하는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부동산 개발 이익을 염두에 두고 이 사업에 뛰어든 이상, 그런 개발 이익이 소멸하면 언제든지 빠져나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새만금 간척지 용도, 국민적 합의 필수적"**
전북 군산 새만금 지역을 시범 지역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질타가 쏟아졌다.
환경운동연합 명호 정책부장은 "이번 안 역시 정부와 전북도가 여전히 새만금 사업에 대한 타당한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함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새만금 지역에 대한 환경과 지역 경제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 결여된 채 즉흥적인 개발 계획만을 내놓는 정부와 전북도가 한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명래 교수도 "새만금 사업은 현재 사회적 합의 노력이 진행중인 사업"이라며 "이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그 용도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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