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 관계자들에게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깊이 공감한다"며 불평등 문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씨 등 <기생충> 주역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아마 축하행사에서 수도 없이 들었을 텐데 대통령의 축하 인사도 특별하지 않다"며, "우리 영화 <기생충>이 세계 최고 영화제라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를 얻고, 그리고 또 그 영예의 주인공이 되신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를 비롯한 출연진 스텝, 제작사 모두의 성취에 정말 진심으로 축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오스카의 역사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게 만들었다라는 사실이 아주 자랑스럽다"면서도, "오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최고 영화제이지만 우리 봉 감독이 핵심을 찔렀다시피 '로컬(local) 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백인 남성 위주의 수상을 해왔다는 점에서 '로컬 영화제'라고 칭한 바 있다.
그러면서 "우리 <기생충>이 워낙 빼어나고 봉 감독이 워낙 탁월해서 비영어권 영화라는 그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 영화,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면서 "그 자랑스러움이 우리 코로나 일부 사태로 인해 어려움 겪는 우리 국민에게 큰 자부심이 됐고 아주 많은 용기를 줬다. 그 점을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일부 분야가 아니라 정말 문화 전반에서 정말 이미 변방 문화가 아닌 세계 중심부에 진입해 인정받는 세계적 문화가 됐다"면서도 "문화 예술계도 기생충 영화가 보여준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작 현장이나 배급‧상영‧유통구조에서도 여전히 붙평등이 남아 있다"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제계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불평등이 하도 견고해져서 마치 새로운 계급처럼 느껴질 정도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런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 목표로 삼는데 그게 반대도 많이 있고 속 시원하게 금방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매우 애가 탄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영화 산업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표준 근로시간제, 주 52시간 등이 지켜지도록, 그 점에서도 봉 감독과 제작사가 솔선수범 준수해주었는데 그런데 경의를 표한다. 제도화 되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면서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 복지가 잘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영화 유통 구조에서 있어도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되도록 최선을 노력하겠다"면서 "한마디로 영화 산업 융성을 위해 영화 아카데미 지원을 늘리고, 확실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과거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봉 감독은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영화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이날 점심 식사 메뉴에 대해 "전문적인 분들이 준비한 메뉴 외에도 제 아내가 우리 봉 감독 비롯해 여러분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라면)'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짜파구리는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봉 감독은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이렇게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좋은 자리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이 길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저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며 "저나 송강호 선배, 최우식 씨 다 스피치라면 다 한 스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지금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 문화를 거쳐 영화 산업 전반에 걸친 또 여러 언급을 거쳐 결국 짜파구리 이르기까지 거의 말씀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2페이지다. 엄청난 이걸 분명히 암기하신 거 같진 않고 평소 체화된 어떤 이슈에 대한 주제의식이 있기에 줄줄줄 풀어내신 거 같다"며 극찬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시는 것이냐"고 물으며, "의식의 흐름인지 궁금하다. 너무나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 선택하시면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거보며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거듭 말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송 배우는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이렇게 대장정의 마무리를 짓는다는 게 특별하지 않나. 그런 자리를 마련해준 대통령 내외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2년의 긴 마지막 행사다. 참으로 뜻 깊은 자리가 자연스레 된 것 같아 더 뭉클한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봉 감독을 포함해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장연환 프로듀서, 한진원 작가, 김성식 조감독,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미술감독, 최세연 의상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배우 송강호·이정은·박소담·최우식·이선균·조여정·박명훈·이정은·장혜진·정지소·정현준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정현준 씨는 '다송이' 역으로 나온 아역배우로, 봉 감독이 "우리 정현준 배우입니다"라고 소개하자. 문 대통령은 자세를 낮춰 악수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 입장 전 배우들과 자유롭게 '셀카(셀프카메라)'를 찍으며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