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분명히 밝혔다.
김 추기경은 14일 오후 7시부터 서울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서울평신도 사도직협의회와 명동성당 주최로 2천여명의 신자 및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하상 신앙대학' 강연 도중 "젊은 신부들이 보안법을 폐기하는 데 힘이 돼 달라고 할 때 다소 시기상조라고 말했었는데 (국보법 폐지 지지) 명단에 나를 덜컥 넣었다"며 "그것은 나의 진의와 다르다"고 재차 국보법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추기경은 강연후 가진 일문일답에서 '국보법 폐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말해달라'는 한 청중의 질문이 재차 있자 "입장을 분명히 밝히겠다"며 미리 준비해준 문건을 2분여간 읽어내려갔다.
김 추기경은 "제가 보안법 폐지에 동조하는 것으로 최근 알려져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이 기회에 제 입장을 확실하게 밝히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남북간 교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체제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며 "외려 한국 내부에서 친북과 반북 논쟁이 번지면서 국가가 대단히 위태로운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또 "북은 오히려 선군(先軍)정치로 우리의 평화를 위한 화해와 협력에 반하여 더 위협적"이라며 "우리 사회에 퍼진 친북반미 풍조는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북한 주체사상을 확대 전파하는 등 국가안보를 대단히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추기경은 이어 "노무현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최근 성명서를 낸 국가원로를 포함해 국민 대다수가 보안법 폐지에 반대하고 있는 현실을 깊이 감안해 평화와 민주주의의 신장을 위해서라도 당분간 보안법 폐지를 서두르지 말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며 국보법 폐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보안법은 장기적으로 없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아직은 필요하다"며 "노대통령이 이 많은 민의를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결단 하나만으로도 그간 쌓여왔던 많은 것이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추기경은 또 북한인권과 관련,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너무나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에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이겠지만 현재 북한은 체제가 더 경화되고 신경질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따라서 요구할 것은 더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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