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여명의 사상자를 낸 러시아 북(北)오세티야 학교 인질극의 초기상황을 찍은 테이프가 7일(현지시간) 밤 러시아 민영방송 NTV에 의해 방영돼, 공포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디오 테이프는 87초짜리로, 인질극 발발 첫날인 지난 1일에 인질범 등에 의해 촬영돼 그날 러시아 당국에게 건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테이프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인질 1천여명이 체육관 바닥에 빽빽히 앉아 있는 가운데 복면을 한 무장 세력이 건물 전체에 전선을 깔고 폭발물을 설치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인질범은 체육관의 농구 골대 안에 폭탄을 걸어놓는가 하면, 인질의 머리위에 수제 폭탄을 올려놓기도 했다. 폭발물 기폭을 위한 전선을 양쪽 농구 골대를 가로질러 연결했으며 전선 중간중간에도 폭발물을 주렁주렁 걸어놓았다. 마루 곳곳에도 폭발물 기폭을 위한 전선이 어지러이 늘어져 있었다.
또한 체육관 나무 바닥 곳곳에는 학교 진입과정에 발생한 발포에 따른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피가 목격됐으며 중앙으로는 피를 흘리는 시신을 끌고 간듯한 자국도 보였다.
검은 복면을 한 인질범 1명은 책같이 보이는 기폭장치 위에 발을 올려놓고 있었으며, 몸 전체를 가리는 검은 옷을 입고 허리에는 폭발물 띠를 두르고 오른손에는 권총을 들고 있는 여성인질범 모습도 보였다.
검은색 상하의에 얼룩무늬 복면을 한 몇몇 인질범들은 폭발물 설치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소파에서 휴식을 취했으며 누군가 억센 러시아 말투로 "아이들을 아직 이곳으로 데려오지 마"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마루에는 로켓탄도 설치돼 있어, 러시아 당국의 진압작전에 대비한 흔적도 목격됐다.
체육관 바닥에 쭈그리고 빼곡이 앉아 있던 인질 1천여명 중 일부는 이미 더위에 지친 듯 윗옷을 벗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책을 부채 삼아 더위를 식혔다. 한 어머니는 인질범의 눈치를 살피며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가는 모습도 보였고, 한 인질은 머리뒤에 손을 얹고 공포스런 모습으로 주위를 살피기도 했다.
테이프는 한 인질범이 휴대전화로 러시아어가 아닌 다른 말로 통화하는 장면으로 끝났다.
이처럼 지뢰밭 같은 인질극 상황에서 진압작전이 진행되면서 당황한 인질범등은 기폭장치를 눌렀고, 그 결과 체육관 안에 있던 대다수 인질이 죽거나 크게 다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방송을 접한 러시아 국민들은 인질범들로부터 이 테이프를 넘겨받아 러시아정부가 인질들이 처한 극한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인질사태 조기해결을 위해 막대한 인명 살상을 감수하면서 진압작전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