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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여러분이 모아준 힘이 제 영육을 지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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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여러분이 모아준 힘이 제 영육을 지탱했습니다"

[지율스님이 보내는 두 통의 편지] "단식중인 수사님 생각하면..."

단식 57일째인 8월25일 병원으로 실려간 지율 스님이 1주일만인 1일 병원을 퇴원했다. 지율 스님은 요양을 위해 서울 본가에서 1주일 정도 머무른 뒤, 다음 주말께 다시 천성산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지율 스님은 병상에서 천성산 문제와 환경문제에 관심을 보여 온 시민들에게 보내는 두 통의 편지를 썼다. 한 통은 단식을 푼 8월26일 쓴 것이고, 한 통은 퇴원 직전인 8월31일 쓴 것이다.

지율 스님은 두 통의 편지에서 58일간의 단식 기간중에 성원을 해준 네티즌과 시민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시하며, "천성산 문제를 통해 개발과 파괴에 헐벗고 굶주리는 우리 문화와 국토의 실상에 대하여 인식을 공유하고, 대안적인 삶과 현실적인 방안들을 의논하고 모색했다"고 단식의 의미를 밝혔다.

지율 스님은 "이제 생명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거듭 나기의 필요성에 의견을 함께하는 범국민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며 "이런 연대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라고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우리의 노력과 선택 속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는 것에 깊이 공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율 스님은 스스로에 대한 성찰도 잊지 않았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고, 세상을 이웃하지 못한 외고집이 있었다"며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타인의 세계에 관여했던 혼란에 대해서도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스스로를 반성했다.

지율 스님은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서로 살같이 부대껴 나갔으면 좋겠다"며 "다시 시작하는 천성산 이야기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의 아름다움에 눈길을 주는 이야기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지율 스님이 병상에서 쓴 편지 두 통 전문.

***병실에서 쓴 첫 번째 편지 : 단식을 풀며**

단식을 풀며

'단식을 풀며'라는 머리글을 쓰면서 가슴 한끝이 아립니다. 이라크 파병이 결행 되던 날 생명에 대한 참회를 위해 청와대 앞 단식장에 찾아오신 수사님께서 아직 청와대 앞 30여일의 단식으로 계시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물과 소금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아침 식사 하셔야죠"로 하루를 시작하던 수사님을 생각하면 어떻게 죽을 먹고, 밥을 먹어야 할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수사님께서는 오늘 아침에도 병원에 있는 제게 "아침 식사하셨어요"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셨습니다.

설악산에서 내려오셔 열흘 동안 단식에 함께해 주신 '산양의 친구' 박그림 선생님께도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병원에 실려왔습니다.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58일 동안 저는 많은 분들과 가난과 아픔, 그리고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산이 저를 불러 세웠던 것처럼 많은 분들의 발걸음과 마음을 모아준 힘들이 제 영육을 지탱하였다고 생각됩니다.

1백만인 소송인단 모임을 이끌어 주신 개인과 단체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여 주신 24만 도롱뇽의 친구들, 또한 모든 언론이 잠자고 있을 때 깨어나 소식을 올려주신 네티즌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천성산 문제를 통하여 개발과 파괴에 헐벗고 굶주리는 우리 문화와 국토의 실상에 대하여 인식을 공유하였으며 거시적 관점에서 대안적인 삶과 현실적인 방안들을 의논하고 모색하였습니다. 생명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거듭 나기의 필요성에 의견을 함께했으며 범국민적인 연대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이 연대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는 천국의 의미와 축복 받은 땅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우리의 노력과 선택 속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는 것에 깊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언젠가 게시판에 올려주신 무수님의 글을 인용하여 함께 하여 주신 친구들께 인사를 대신합니다.

한쪽은 제트 엔진을 달고 요한하고
한쪽은 짚신을 신고 묵묵히 들길을 걷듯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겼다 이미...
우리는 무엇을 내도 이기고
저들은 무엇을 내도 진다.
우리의 뜻이 대가 없이 순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승패가 없다.
이미 풀꽃들의 간들거림을 외면하지 않았기에...
자, 그럼 그대들의 뜻대로 다시 시작해 볼까...?
가위, 바위, 보
우리는 무엇을 내어도 이기고
그대들은 무엇을 내어도 진다...

***병실에서 쓴 두 번째 편지 : 다시 시작하는 천성산 이야기**

도롱뇽의 친구들께

귀의삼보 하옵고,

난생 처음 문과 복도로만 연결되어 있는 답답한 병실에 닫혀 있으면서 서울 하늘과 천성산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조금 했습니다.

청와대 앞에서 있었던 57일간의 단식과 그 회향을 어제로 하고 다시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병실에서 보낸 하룻밤이면 족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협의체의 허와 실에 대하여 우려하시지만 불치의 자식을 수술대로 보내면서 포기 각서를 쓰는 부모의 마음으로 저는 협의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가 앞날을 모른다는 시점에서 이 운동을 시작했고, 작은 에너지의 흐름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믿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속 깊이 있는 자신의 비겁함과 게으름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면서 천성산 일을 진행하여 왔지만, 돌아보면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으며 세상을 이웃하지 못한 외고집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타인의 세계에 관여했던 혼란에 대해서도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서로 살같이 부대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천성산 이야기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의 아름다움에 눈길을 주는 이야기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8월31일
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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