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2008학년도 대입제도가 미칠 파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고려대 어윤대 총장이 사실상 '고교 등급제'를 요구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새 입시 제도와 관련해 교육부는 본고사 부활 및 고교 서열화에 대한 금지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상태여서, 일부 대학과 교육부 사이의 갈등이 예상된다.
***고려대 어윤대 총장, "고교 서열화 필요해"**
미국을 방문중인 고려대 어윤대 총장은 2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육부의 대입제도 개선안에 대해, "고등학교 간 학력 격차를 입시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고교 등급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어 총장은 "현재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연구중이지만 정부가 고교 간 격차 반영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로 정부와 일부 대학간 이견이 빚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해 교육부와 갈등을 예견했다.
어 총장은 또 "정부안대로라면 고려대의 경우 수능 성적과 학생부 모두 1등급인 학생들만 지원할 가능성이 커 변별력 확보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해 교육부의 개선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현재 고려대는 2001년부터 고교 간 학력 격차 자료를 축적해, 졸업생 학업성취도와 출신 고교와의 연계성에 관한 객관적 평가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고교 등급제'를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어 총장, 학생부에 대한 이해 결여"**
교육부는 그 동안 '고교 등급제'가 '고교 평준화'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고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직접 나서 반대 방침을 밝혀왔다.
교육부는 어 총장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김석수 학사지원과장의 반론을 통해, "내신은 종합등급이 아니라 학년별ㆍ과목별로 제공돼 변별력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학생부와 수능에서 1등급을 받으려면 전체의 상위 4%에 들어야 하는데 고려대에 지원하는 학생 대부분이 1등급을 받을 거라는 (어 총장의) 생각은 오류"라며 "학생부에는 종합등급이 아니라 학기당 10개 과목씩 6개 학기로 쳐서 최소한 60개 과목의 등급이 표시되는 셈이어서 충분히 변별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 과장은 또 "부정확한 학교차에 의거해 획일적으로 개인차를 인정하는 것은 자칫 '대학 진학 연좌제' 논란을 야기 시킬 수 있다"며 "선배들의 업적으로 후배의 진학 기회가 좌우되기보다는 논술, 심층 면접 등을 통해 제대로 능력이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어 총장의 발언으로 일부 언론이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돌려줘야 한다"며 교육부의 본고사, 고교 등급제 불가 방침을 비판하고 있어 교육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