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업체와 적십자사 등으로부터 금품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혈액제제의 폭리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가는 비용을 폭리 의혹을 사고 있는 제약사들에게 떠맡긴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복지부, 제약사 돈으로 제약사 폭리 조사시켜**
적십자사 및 제약회사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2년 보건사회연구원에 '혈액제제의 생산 원가 분석방안'이라는 연구 용역을 줬다.
이같은 용역은 2002년 6월26일 감사원이 N사와 D사 두 제약업체가 20여년 이상 혈액제제 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데 대해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원가와 이윤이 얼마인지를 확인, 독점이익을 취하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자 복지부는 연구에 드는 7천만원의 연구 용역비를 혈액제제 독점생산 제약사인 N사와 D사 2군데서 부담하도록 했다. 그 회사 제품의 원가를 분석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해당 회사가 부담해야 된다는 논리에 기초한 조치였다.
당시 N사와 D사는 이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물의를 일으킬 것으로 판단해 복지부 지시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으나 복지부의 강권으로 비용을 전담하게 됐다고 회사관계자들은 해명하고 있다.
***중간보고서 "N사와 D사 모두 적자여서 도와줘야"**
이렇게 제약사 돈으로 돈을 지급한 제약사의 폭리여부를 조사해야 하는 처지가 된 보건사회연구원은 당초 지난해말까지 연구보고서를 제출해야 했으나, 현재까지 보고서를 공식적으로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그대신 '중간 보고서'라는 형식의 문건을 만들어 제출했는데, 그 내용은 "N사와 D사가 적자를 보고 있으니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려했던대로 도리어 제약업체 편을 드는 보고서가 생산된 것이다.
문제의 연구를 맡은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조차 이같은 사실을 최초로 보도한 MBC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며 문제점을 시인했다.
***복지부의 '이중성'**
복지부는 이달초 출혈성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 감기약 파문이 일자, 식약청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한 뒤 당시 식약청이 감기약 생산회사들의 돈으로 PPA의 유해성 여부를 연구조사한 것과 관련, "식약청이 제약회사 돈으로 연구용역을 수행한 것은 잘못"이라고 강하게 질책한 바 있다.
하지만 복지부 자신도 폭리 의혹을 사고 있는 제약회사 돈으로 연구용역을 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복지부의 '이중성'이 여지없이 드러난 셈이다.
N사와 D사는 적십자사로부터 헌혈 받은 혈장을 6만6천원(20% 알부민 100㎖)에 공급받아, 완제품으로 만들어져 통상 2만2천원을 더 붙인 8만8천원을 받고 공급하고 있다. 그 동안 적십자사는 혈장 공급시 3년마다 한 번씩 사업자 계약을 갱신하게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20여년 이상 양사에만 혈장을 공급해왔고, 복지부는 이를 묵인해와 유착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와 별도로 혈액제제 일부 제약회사가 해마다 2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대한적십자사와 복지부 등에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이번 일로 다시 한번 확인된 복지부, 적십자사, 제약회사 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과연 밝혀질지에 대해 세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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