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설치된 경주타워 원 저작권자 문제로 법정공방을 벌였던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 의 명예가 회복된다.
‘이타미 준’은 재일 한국인 2세로 지난 2011년 작고한 건축가 유동룡 선생이다.
5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따르면 오는 17일 건축가 유동룡 선생을 경주타워의 원 디자인 저작권자로 명예를 회복시키고, 12년간 이어져온 긴 법적공방에 마침표를 찍는 동시에 현판식을 개최한다.
현판식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주낙영 경주시장을 비롯한 경북도 및 경주시 관계자, 유동룡 선생의 장녀 유이화 ITM 건축사무소 소장,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를 제작한 정다운 감독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경주에서 가장 높은 경주타워는 지난 2004년 (재)문화엑스포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상징 건축물 설계 공모전’을 거쳐 2007년 건립했다.
실크로드를 통해 신라에 들어온 로만글라스를 상징하는 유리와 철골구조로 만들어진 경주타워는 황룡사 9층 목탑을, 실제높이 82m(아파트 30층 높이)로 재현해 음각으로 새겨 넣어 신라역사문화의 상징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공모전 당시 유동룡 선생의 출품작은 당선작이 아닌 우수작으로 뽑혔는데 지난 2007년 8월 완공 후 경주타워의 모습이 유동룡 선생이 제출한 설계와 유사하다며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이후 5년간 계속된 법정공방 끝에 서울고등법원의 선고와 대법원의 상고기각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원 저작권자가 유동룡(이타미 준)임을 명시한 표지석이 2012년 설치됐다.
하지만 경주타워 우측 바닥 구석에 위치한 표지석이 눈에 잘 띄지 않는데다 지난해 9월, 표시 문구의 도색까지 벗겨져 유동룡 선생의 유가족은 지난해 9월 ‘성명표시’ 재설치 소송을 진행했다.
문화엑스포 이사장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주타워의 저작권 침해 소송과 관련한 일련의 내용을 보고받고 원 디자인에 대한 인정과 적극적인 수정조치, 저작권자인 유동룡 선생의 명예회복 결단을 내렸다.
이런 노력에 유동룡 선생의 유가족은 ‘성명표시’ 재설치 소송을 2019년 10월 취하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를 제작한 정다운 감독은 “영화를 통해 아타미 준과 경주타워 이야기를 이슈화 시켰는데, 이번 현판식이 열리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탠 것 같아 영광”이라며 “경주타워가 이타미 준의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많은 분들이 경주엑스포와 경주타워를 방문해 주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현재 경주엑스포 이사장으로서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지적재산권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고유의 자산으로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하기에 이번 현판식이 우리 사회전반에 만연한 표절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성장한 이타미 준(1937~2011)은 ‘조센징’이라는 놀림을 당해도 유동룡이란 한국 이름과 한국 국적으로 도쿄 무사시공업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건축이 여행이고, 여행이 건축’이라는 철학으로 제주도와 경주, 안동 등 국내를 다니며 고전 건축물과 미술품을 탐구해 영감을 얻었다.
특히 경주는 그가 생전에 자주 방문한 곳 중 하나로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에서도 불국사와 대릉원 등을 방문한 모습을 찍은 영상이 등장한다.
그는 2003년 프랑스 국립 기메박물관에서 건축가로서는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당시 기메 박물관은 ‘현대미술과 건축을 아우르는 작가, 국적을 초월해 국제적인 건축 세계를 지닌 건축가’라고 극찬을 보냈다.
이 개인전을 계기로 2005년 프랑스 예술훈장인 ‘슈발리에’와 200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2010년 일본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무라노 도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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