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영 선수의 금메달 탈취로 비난을 받고 있는 아테네 올림픽의 체조 심판들이 또다시 엉터리 채점을 해 관중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채점을 다시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체조 심판계에 대한 의혹의 눈길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도 이들 심판은 양태영 선수로부터 금메달을 뺏어간 미국 체조선수 폴 햄에게 편파적인 후한 점수를 줘, 체조 심판들의 미국과의 유착의혹을 한층 증폭시켰다.
***8분30초간 경기중단**
23일(현지시간) 밤 아테네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개인 결승 경기가 열린 올림픽인도어홀에서 시드니올림픽 2관왕인 러시아의 알렉세이 네모프 선수가 연기를 마치고 점수가 나오는 순간, 경기장의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서며 심판진에게 거센 항의를 했다.
네모프가 비록 마지막 착지자세는 불안했으나 완벽한 네번의 고난도 철봉 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전광판에 9.725가 찍히며 3위로 기록되자, 관중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야유를 쏟아붓기 시작한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외쳐댄 '우~' 소리가 체육관 천장까지 굉음으로 변해 쩌렁쩌렁 울려퍼졌고, 로마시절 '사형'을 요구하는 제스처인 엄지손가락을 밑으로 향하는 야유까지 나타났다.
다음 연기를 위해 매트에 올라선 미국의 폴 햄은 야유가 가라앉지 않자 어색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봉을 잡지 못했다.
당황한 심판진은 관중의 야유가 계속되자 긴급 회의 끝에 배심의 판정에 따라 네모프의 점수를 9.725에서 9.762로 0.37점 높여 다시 전광판에 올렸다. 스스로 잘못을 시인한 셈이다.
***진정한 올림픽 정신 보여준 네모프**
심판들의 한심한 작태를 목격한 관중들의 야유는 도리어 더 커졌고, 심판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상황을 진정시킨 이는 다름아닌 피해자인 네모프 선수였다. 네모프 선수는 매트 위로 올라가 팬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동시에, 야유를 중단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진정한 올림픽 정신의 발현이었고, 이같은 감동적 스포츠맨십을 목격한 관중들은 네모프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며 그제서야 야유를 멈췄다. 이렇게 경기가 중단된 시간은 무려 8분30초.
관중들의 야유는 그러나 몇분 뒤 또다시 터져나왔다. 다음 선수인 미국의 폴 햄이 네모프 선수보다 훨씬 못한 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진은 네모프보다 높은 9.812의 최고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다.
햄은 그러나 이탈리아의 이고르 카시나와 같은 9.812를 받았지만 동률 배제 원칙에 의해 카시나에게 금메달을 내줘야 했다. 햄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으나, 두 메달 모두 실력보다는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땄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상처뿐인 메달'인 셈이다.
한편 이날 판정의 최대 희생자인 러시아의 네모프 선수는 경기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자부심을 갖고 아테네를 떠날 수 있게 됐다. 오늘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심판의 조작에 항의한 관객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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