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미국 대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은 특히 이 문제와 관련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고 나섰다. 아울러 감축문제와 북한과의 협상을 연계할 뜻을 시사해 주목된다.
***케리, “북과 협상중, 주한미군 감축 안돼”**
AP,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케리 후보는 18일 오전(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참전용사회 연설에서 “정말로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인 북한과 협상을 진행중인 바로 이 시기에 왜 우리는 일방적으로 한반도에서 1만2천명의 병력을 철수시키고 있나”며 부시 대통령의 재배치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자리에서 이틀전 부시 대통령은 해외주둔미군 재배치(GPR) 계획을 공식 언급하고 해외주둔중인 6,7만명의 미군을 미국내로 재배치할 것임을 천명했었다.
케리 후보는 “북한의 위협은 아마도 한국전쟁 이래로 가장 위험스런 상황”이라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시점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틀전 같은 자리에서 자신의 이라크 철군 계획을 “국내외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한데 대해 그대로 되갚은 것이다.
AFP 통신은 이와 관련 “케리 후보는 한국에서의 미군 감축이 핵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렛대 수단을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해석, 케리 후보가 주한미군 감축을 북한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이용할 것임을 강조했다.
케리 후보는 지난 6월 발표한 외교안보 구상에서는 북핵 해결을 위해 북미간 양자협상을 6자회담과 병행할 것을 주장하면서 양자협상 의제로 핵문제 외에 한반도 감군, 정전협정 대체, 남북통일 문제까지 포함하는 포괄협상을 벌일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케리 후보의 외교정책참모를 맡고 있는 랜드 비어는 “케리 후보는 북한으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한반도 남쪽으로 미군을 이동시키는 것은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철군은 핵무기를 제거하고 재래식 무기를 줄이는 것에 대해 북한과 포괄협정을 맺는 것의 일환이 아니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철군 문제를 북한의 핵문제와 재래식무기 감축, 전진배치된 북한군의 후방 철수 등과 연계지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美GPR, 적절한 시점에 분별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편 케리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와 같이 해외참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해외주둔미군을 국내로 들여오게 되길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적절한 시점에 분별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 부시 대통령의 GPR 계획을 비판했다.
그는 “현 시점은 그러한 시점도 아니고 분별있는 방식도 아니다”며 “이 성급하게 발표된 계획은 우리의 의도와 공약에 대한 의심만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테러와의 전쟁 능력을 높여주지도 못하고 미군의 부담을 줄여주지도 못한다”고 재차 비판했다.
이러한 케리 후보 주장은 이번 대선에서 안보 문제가 미국의 어느 대선보다도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과 맞물리고 있어 주목된다. AP 통신은 이와 관련 “경제 문제와 함께 국가 안보는 이번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전 이후 국가안보 문제, 선거해에 주요 이슈 등장”**
실제로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18일 미국 성인 2천9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8~18일 조사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1%가 전쟁과 외교문제를 미국이 직면한 가장 최고의 문제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경제문제가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응답자는 26%에 그쳤다. 지난 1월 실시된 조사에서는 국가안보 문제와 경제문제의 중요도에 대한 응답비율은 거의 같았다.
이에 대해 퓨리서치센터의 앤드루 코훗 국장은 “베트남전 이후 처음으로 선거가 있는 해에 국가안보 문제가 경제 문제에 비해 더 큰 주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자체 분석과 갤럽의 과거 조사결과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선이 있던 해에 국가 안보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던 마지막 시기는 베트남전이 진행되던 지난 1972년 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조사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지난 12일 발표된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 케리 후보는 안보문제와 경제 문제 등 양대 부문에서 부시 대통령을 크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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