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내 남한 시설에 대한 철거를 당분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거에 '개별관광'이라는 카드로 대응하며 남북 간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정부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31일 여상기 통일부 공보담당관은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은 30일 23시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대체하는) 서울-평양 간 직통전화를 통해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금강산지구 철거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하였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언제까지 이를 연기할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간 시설 철거를 위한 협의가 언제 이뤄지냐는 질문에 여 담당관은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부는 북한의 통지를 접수한 뒤 이에 대해 아직 답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같은 결정은 방역에 취약한 북한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상당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30일 개성에 위치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철수를 요청, 실제 이날 사무소 업무는 중단됐으며 남한 인원들은 개성에서 철수했다.
일부에서는 금강산 시설 철거를 위해 북한에 올라간 남한 인원이 없는 상황임에도 북한이 선제적으로 이 사안을 연기하자고 요청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철거 문제와 관련해 기존보다 유연한 입장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금강산 시설을 둘러본 뒤 남한의 시설 철거를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철거를 진행할 것 같던 북한은 이후 12월 남한 측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올해 2월까지 시설 철거 시한을 연장하겠다고 밝히며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남한 정부가 금강산 시설 철거 문제와 관련해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 또는 북미 정세의 변화에 따라 금강산 시설 철거에 대해 북한이 기존 입장을 변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시설 철거 요구에 대해 남한 국민의 '개별 관광' 허용 의사를 밝히며, 이를 고리로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정부의 구상이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이 사안을 비롯해 향후 북한과 접점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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