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2004년 체제' 출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2004년 체제' 출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신간> 조희연교수 "보다 근본주의적 관점이 필요"

노무현 정부 들어 진보개혁세력을 표방하는 정당과 시민단체들의 건강성에 대한 비판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진보적 지식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온 조희연 성공회대교수의 <비정상성에 대한 저항에서 정상성에 대한 저항으로>(도서출판 아르케)도 지난 대선과 올해 4.15 총선 이후 득세를 한 진보세력이 또 하나의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는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4년 체제’의 출현**

조교수는 87년 6월 항쟁 이후 <한국사회구성체 논쟁>으로 독재시대의 종식이라는 우리 사회의 거시역사적인 변곡점을 알린 이후 2004년은 우리 사회가 진보세력이 새로운 집권세력으로 교체되는 변곡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독재 정권이 물러간 이후 사회운동은 자신들이 성취한 ‘형식적 민주주의’의 조건에서 '형식적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 왔다. 그러나 그는 ‘2004년 체제’가 출현하면서 이제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민주개혁 이후의 민주주의’ 단계를 구상하는 시기가 왔다고 본다.

‘2004년 체제’는 두 가지 커다란 변화를 함유한다. 한편으로는 ‘보수세력의 의회독점’이 깨졌고,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정치세력이 진입함으로써 제도정치의 ‘완고한 폐쇄성’이 깨졌다.

저자는 "거시역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4.15 총선은 ’국가 및 정치의 자유민주주의적 정상화‘가 이루어지는 도정에서 큰 도약“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민주세력 일부, 세계화라는 이름의 신개발주의 재편에 앞장”**

하지만 여기서 저자는 독재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이제는 집권층이 된 민주세력의 일부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조응하는 한국 사회의 새로운 개발주의적 재편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에 따르면 어떤 점에서 60.70년대 제1근대화를 독재세력이 주도했다고 하면, 이제는 90년대 이후의 제2근대화로서의 세계화를 ‘민주정부’가 주도하는 형국이 되었다. 반독재 민주세력이 사회정책을 배합하면서 친세계화를 주도한다면, 독재세력은 과거의 기득권을 개혁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에 편승해 자신을 재생산하고자 한다. 이러한 속에서 과거의 친독재세력은 이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사'로 변신한다. 과거의 친일파가 반공전사로, 나아가 60년대 이후에는 근대화의 역군으로 변신했던 것과 비슷하다. 이런 맥락에서 복거일이 ‘친일을 위한 변명’과 ‘영어 공용화론’을 동시에 제기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게 조교수의 지적이다.

저자는 고심끝에‘정상화에 대한 저항’을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민주화된 체제가 새로운 세계화의 맥락속에서 ‘민주주의와 투명성’을 새로운 가치로 무장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조응하는 신지배질서”이기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글로벌 스탠더드’ 뒤에 숨은 ‘새로운 비정상성’**

우리가 독재세력에게 강요했던 민주주의와, 재벌에게 강요했던 투명성은 초국적자본이 주도하는 세계화에서 칭송받는 가치다. 이러한 민주주의와 투명성(이것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일부를 구성한다)을 권장하면서, 그러한 ‘정상화’를 조건으로 해서 새로운 지배질서가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율,규제완화, 자유, 유연화 등으로 표현되는 신자유주의적 신질서는 시장이라고 하는, 일견 대단히 ‘정상적’인 기제로 작동하고 그러한 상태를 정상적인 것으로 이상화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정상성의 현실 속에서 인간다운 사회를 향한 사회운동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요청한다. ‘멀쩡한 대상’과 대결하여, 한국사회운동은 사회의 인간화와 사회화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정상성의 ‘새로운 비정상성’과 대결하려는 인식과 실천이 진보를 새롭게 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남성 활동가도 집안에서는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이런 모습은 ‘급진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무수한 반인간성과 ‘비정상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이에 따라 그는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민주세력은 이제 분화될 필요가 있고 실제 분화되어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즉 비정상성을 정상성으로 전환하면서 정상화된 새로운 지배적 질서의 일부로 되어가는 민주세력이 있는 반면에, 정상성을 새로운 비판적 인식과 실천대상으로 설정해 가는 민주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사회운동의 세가지 유형**

최근 사회운동의 방향과 관련된 주장은 이념형적 측면에서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정치세력화론'이다. 시민사회는 이제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정치세력화함으로써 정치 개혁의 감시자에서 정치개혁의 주체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전문화론'이다. 정부와 정당이 합리화되어가고 과거와 같은 문제제기형 운동만으로는 정부와 정당을 선도할 수 없기 때문에 감시역량의 고도화와 전문화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셋째는 '생활세계 공동체운동으로의 확장'이다. 그동안 시민운동이 외재적인 권력에 대한 비판운동에 집중해왔으나, 시민사회 자체의 성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따를 때, 정치경제적 이슈만이 아니라 생활세계의 다양한 이유들에 새롭게 주목하여야 하며, 가치와 문화, 생활양식 자체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러한 주장들의 부분적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전환의 ‘관점’이 중요하다는 견지에서, 이러한 주장들 일반에 적용되는 사회운동의 ‘급진화’를 주장한다.

***“자유민주주의적 정상화는 인간다운 사회의 첫발 일뿐”**

여기서 의미하는 ‘급진화’는 ‘과격하고 80년대적인 혁명주의적 의미에서의’ 급진화가 아니다. 국가의 ‘자유민주주의적’ 정상화를 뛰어넘는 진보적 관점, 최소한 자유민주주의적인 방향으로 합리화되어가는 체제에 ‘편승’하거나 적응하는 차원을 뛰어넘는 관점, 나아가 그 정상화된 체제는 다른 의미에서 국가주의, 민족주의, 가족주의, 성장주의 등으로 일그러진 체제라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 체제를 비판적 실천의 대상으로 삼는 진보적 관점, 그 자유민주주의적 정상화가 인간다운 사회를 향한 우리의 여정에서 지극히 초보적인 체제에 불과하다고 하는, 보다 ‘근본주의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87년 이후 민주주의 이행과정을 통해서 국가가 ‘정상화’되어가고 있다고 보고, 이러한 정상화에 포섭되어 정부와 정당의 ‘협의적 파트너’가 되는 차원을 넘어서서 스스로를 보다 급진화하는 방향에서 시민사회 운동의 역동성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머리글에서 “이 책을 사회운동을 이론만이 아니라 실천으로 살다가신 고 김진균 선생님께 바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상아탑에서 단순히 비판적 글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언제나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실천적 지식인의 표상을 따르는 심정으로 살아가겠다”고면서 자신부터 글로만이 아니라 ‘급진적 민주주의’ 실천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