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 주미대사가 12일(현지시간)가 북한과 미국 모두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북핵협상에 대해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한승주 주미대사, “HEU 관련, 북-미 방안 모두 택일하기 어려워”**
한승주 대사는 이날 주미대사관에서 워싱턴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지난 10,11일 뉴욕에서 북한, 미국, 중국 등의 정부 안팎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미외교정책회의(NCAFP) 주최 북핵 세미나 참석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대사는 우선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와 관련,“북한이 다른 모델(리비아 모델)처럼 모든 것을 선언하고 내놓거나 아니면 북한의 주장대로 이를 덮어놓은 채 다른 문제를 논의하는 2가지 방식중 양자택일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외교적 창의력이나 기술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 대사는 이어“HEU와 대북 에너지 지원에 대한 미국의 참여라는 2가지 주요 쟁점에서 북미간, 북한과 다른 나라들간 간격이 너무 커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도 우려된다”면서도 “북한이 ‘어떻게 하면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실무적 접근 자세를 보이고, 미국측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앞으로 뭔가 실질적인 협상이 진행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망했다.
그는 “HEU에 대해 (북미) 양측은 어떻게든 해결해보자는 모색의 의지를 보여줬으며 북한을 포함 참석자 전원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즉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강조하고 “1년반 전만 해도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미국이 그것에 열린 마음이었을까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기여 정도는 정치역학적인 데도 있겠으나 아이디어의 힘이 제일 크다”며 “외교관계에서나 로비활동에서나 간과되기 쉬운 점이 아이디어의 힘”이라고 강조, 북핵 문제에서 북미간 최대쟁점인 HEU의 외교적 타협 방안을 한국을 비롯해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이 집중 연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북핵 세미나에는 북한측에서 리근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이, 미국측에선 미첼 리스 국무부 정책실장, 조셉 디트러니 대북협상 특사, 척 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등이 참석했었다.
***“미, 북측 해결의지 확인 기회”-“HEU 해결, 여전히 선결과제”**
한승주 대사는 HEU 문제 해명과 관련해서는 “이는 미국 입장만이 아니라 한, 일은 물론, 북한을 제외한 참가국 전반의 견해였다”고 밝혀 중국도 이러한 해명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측에 HEU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 대사는 이와 관련 “가장 중요한 것은 해결의지가 있느냐인데, 북한 입장에선 경제적 필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핵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명제가 중요하다”며 “이번에 해결의지를 확인한 것은 아니나, 해결 필요성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도 북측 해결의지나 의사를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미국이 생각하고 있다는 결론은 맞지 않다”며 “이번 미국측 참석자들은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북한의 해결 의사와 의지를 확인하는 기회로 삼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나아가겠다는 점을 알리면서도 북미간 어떤 협력도 핵문제 해결이 전제돼야 하며, 그 해결은 HEU 프로그램에 대한 해명과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명백히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대사는 “이러한 점은 다른 나라 대표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한 대사는 또 “핵의 평화적 이용문제는 우라늄농축계획(EUP) 문제의 해결 방편도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 나온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문제는 북한이 EUP를 가져도 되느냐 여부 이전에 남북간 비핵공동선언과 제네바합의를 어기고 EUP, 즉 HEU를 갖고 있느냐 여부"라고 밝혀 한계를 지었다.
***“북, 미 대선 결과 없이 미 정책목표 변화 없음을 이해”**
한편 이번 회의에서 미국측 참석자들은 미국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미국 정부의 정책과 목표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정부 안팎과 공화, 민주 구별없이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사는 이와 관련 “북한도 이에 대해 알아들었으니 자꾸 더 말 안해도 된다는 정도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해 북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사는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입장은 6자회담 형식을 유지하고 주 협상장으로 삼되 6자회담 맥락에서 양자 협의.대화.접촉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부시 행정부의 정책입장도 발전과정을 거쳐 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누가 당선되든 (미국 외교팀) 인적구성이 많이 바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책 전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갑자기 강경이 온건이 된다든지 더 강경이 된다든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과거 냉전시대 미소간 군축협상 등의 예에서 보듯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해관계 일치에 따른 협상이 가능하며, 신뢰부재를 보완하는 장치를 넣음으로써 합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므로 신뢰 부재 자체가 합의나 협상에 결정적인 장애요인은 아닐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관계, 좋은 상태”**
한편 그는 “한미관계는 꽤 좋은 상태로 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양국간 동맹의 가치와 필요성을 양측이 인정하고 있다”며 “한국에선 한미동맹이 불편한 점이 많더라도 필요한 점이 있다는 인식이 커지는 것 같고, 미국에선 반미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50년 동맹이 헛된 게 아니다는 인식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북아지역 주변국과 관계에서 한미동맹이 북한의 위협외에 다른 면에서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정상회담의 북핵문제해결의 돌파구 가능성에 대해선 그는 “남북 차원에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북한 판단으로는 안보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문제 등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미국만이 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센티브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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