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는 12일 리셴룽 부총리가 고촉통 현 총리의 뒤를 이어 3대 총리로 공식 취임하게 돼 14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 리 신임 총리는 싱가포르 1대 총리인 리콴유 전 총리의 아들로, 대를 이어 권력을 '세습'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 세계 언론은 고 총리와 리 전 총리를 모두 내각 고문과 선임장관에 임명, 독특한 정부 운영을 실험할 계획인 리 신임총리가 과연 아버지의 권위주의적인 통제체제를 벗어나 경제발전에 걸맞는 정치사회적 변화를 유도할지 주목하고 있다.
***리콴유 전 총리 아들 리셴룽 신임총리 12일 공식 취임, 14년만의 변화**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0일 고촉통 싱가포르 총리가 나탄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12일 리셴룽 현 부총리의 신임 총리 취임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싱가포르에서 대통령직은 일종의 '명예직'으로, 나탄 대통령은 12일 리 부총리를 신임 총리로 임명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로써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돼 오던 리 부총리의 총리 취임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리 부총리의 신임총리 취임은 싱가포르 여당인 국민행동당(PAP)이 지난 5월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추천, 승인함으로써 이미 '결정'난 사안이었다. '일당우위 패권정당체제'인 싱가포르에서는 국민행동당이 의회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국민행동당의 승인은 실질적인 결정을 의미한다.
싱가포르는 이번 총리 교체로 이제 본격적으로 3세대로 넘어가는 시점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 1965년 건국한 싱가포르는 리콴유 1대 총리가 계속 총리직을 쥐어오다가 1990년 고촉통 현 총리에게 총리직을 물려줬으며 12일 3대 총리가 취임하게 됨에 따라 14년만에 정권이 교체되게 됐다.
하지만 정권 교체의 의미는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10일 발표된 새 내각 인선결과에 따르면 리 신임 총리는 당초 예상대로 재무장관직을 계속 겸직키로 했으며 법무, 국방, 내무 등 상당수 장관들이 그대로 유임됐다. 리 신임 총리가 겸직해오던 중앙은행 총재직은 고 전 총리가 승계했다.
***부자간 '권력세습', 대학졸업후부터 후계자수업**
오히려 이번 총리 교체에 대해 주목되는 부분은 리 신임 총리가 싱가포르 1대 총리인 리콴유 전 총리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정권이 대를 이어 '세습'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부모와 자식이 최고 권력 자리에 오른 경우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대통령, 필리핀의 아로요 대통령 등이 있지만 싱가포르처럼 권력이 그대로 승계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상당히 드문 모습이다.
사실 리 신임총리는 대학 졸업 후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아와, 총리직 승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사항이었다. 영국 켐브리지대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수학과 행정학을 전공해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로 알려져 있는 리 신임총리는 총리 아버지를 둔 덕분에 군대 입대 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불과 32세에 준장에 진급했었다.
제대 후에는 아버지 리콴유 총리를 따라 집권 국민행동당에 입당, 정치에 입문해 1984년에 국회의원에 첫 당선되고 고 총리가 취임한 1990년에 불과 38세의 나이에 부총리에 올랐었다. 그 후에는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겸임하며 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했었다.
이러한 권력 세습에도 불구, 싱가포르 국내 여론은 리 신임총리에 상당히 호의적인 분위기다. 이번달 초 싱가포르 영자지 스트레이츠 타임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는 리센륭이 가장 적합한 차기 총리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4년간의 부총리 재임으로 능력이 검증된 것으로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해외 언론, 권력세습에 "리씨 왕조 세습"이라고 비판적**
하지만 친여 성향의 싱가포르 언론과는 달리 해외 언론에서는 리 부총리의 성향과 권력세습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자유주의적인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 고 총리와는 달리 리 부총리가 권위주의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영국 BBC 방송은 이와 관련 "리 부총리는 물론 과도한 보호국가체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자신이 엄격하고 부드럽지 않다"고 평가했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보다 권위주의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일본의 산케이신문도 "리 총리는 완고하고 냉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국민과의 대화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지만 아버지에서 아들로 정권이 세습된 데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리콴유 초대 총리 시절, 경제적으로는 도시 국가로서 최고의 경제적 기반을 닦아 강소국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권위주의적이고 딱딱했던 그의 성향에 따라 사실상 시민들 다수가 엄격한 통제를 받아왔었는데 아버지의 성향을 물려받은 리 신임총리가 고 총리 때 다소 자유로와진 사회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AFP 통신은 이와 관련 "친정부 언론매체들이 리 신임총리의 부드러운 측면을 강조하려 하고 있지만 리 신임총리는 아버지의 기질과 유사한 호전적인 이미지를 계속해서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리 신임총리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쪽에서는 싱가포르가 '리씨 왕조'가 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바로 그가 아버지 후광으로 권좌에 올랐다는 점 이외에도 그의 부인인 호창은 국영금융회사인 테마섹홀딩스, 남동생인 리셴양은 싱가포르 최대 기업인 싱가포르 텔레콤의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아버지 리콴유는 '고문장관', 고척동 전총리는'선임장관'**
한편 이후 싱가포르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리 신임 총리는 2대 총리인 고 총리는 선임 장관으로 임명했으며 아버지인 리콴유 전 총리는 고문 장관으로 임명, 두 명의 '상담역'을 내각안에 두었다.
이전 정권에서는 리콴유 전 총리가 선임장관직을 수행해 왔는데 이 자리는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부처는 없지만 의전상으로는 부총리에 앞서면서 총리 다음의 예우를 받는 고위직이다. 리 전 총리가 새로 맡게 될 고문장관은 아직 어떤 일을 수행하는 자리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부의 주요 정책과 관련, 내각에 조언하는 직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내에 두 명의 상담역을 두는 형태의 이러한 '주식회사형' 정부 운영 구조에 대해 말레이시아의 영자지인 스타는 "두 명의 전 총리가 정권내에서 위엄을 보이는 이러한 구조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모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과연 리셴룽 신임총리를 새로운 선장으로 맞이한 싱가포르호가 ,권력세습, 권위주의적 성향, 특이한 내각 구조에 대한 의구심 속에서 경제발전에 걸맞는 정치.사회 분야에서의 발전을 이루어나갈지 세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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