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최근 삼성 등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내놓고 있는 비관적 경제전망에 대한 대항논리 개발을 지시했다.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에 이어 이 부총리까지 민간연구기관 및 언론의 경제비관 전망에 대한 반격에 나선 양상이다.
***이헌재, 감세보다는 재정확대로 경기부양**
이 부총리는 이날 오전 과천청사에서 재경부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지난주 제시한 내년 3.7% 성장률 전망과 감세정책 등을 언급하며 "임시국회를 앞두고 이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재경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 부총리는 "앞으로 국회에서 경제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큰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총리는 또 소비진작을 위한 삼성경제연구소의 감세 주장에 대해서도 "(감세가) 소득과 소비증가로 이어지기보다는 세수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감세는 무리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그대신 "단기적으로 재정수지가 적자가 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며 필요한 경우 용역을 통해 결과물을 내놓을 것을 주문해, 이날 열린우리당이 경기부양 차원에서 요구한 내년도 재정적자 편성 요구를 수용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감세보다는 적자재정을 감수한 돈 풀기를 통해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접근법인 셈이다.
이 부총리는 이밖에 "최근 주택시장에서 건설이 활발한 데 비해 매도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 실수요를 점검해 대책을 마련하라"며 "또 내수부문에서 수출증가세 둔화를 만회할 수 있는 항목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KDI 등 국책연구기관에 무거운 짐 넘겨져**
이날 이 부총리의 지시는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연구기관의 전망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동시에, 이달말 임시국회에서 예상되는 야당의 경제공세에 대한 준비 착수 지시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9일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청와대 홍보수석과 그의 주변 사람들을 빼고는 경제가 너무 어렵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이 없다"며, 이 부총리 등을 겨냥해 "어려운 현실을 축소은폐하려는 어용인사"라고 비판, 이달말 임시국회에서의 대공세를 예고했었다.
이에 따라 '내년도 5%대 성장 전망'이라는 무거운 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소로 떠넘겨질 전망이어서, 이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민간기관의 경우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년도 성장률을 3.7%로 전망하고 현대경제연구원이 4.5%로 예상하는 등 한결같이 이 부총리보다 낮은 성장을 전망하고 있고, 가장 많은 경제모델을 돌리고 있는 한국은행도 내년도 성장률을 4.8%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총리는 앞서 지난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삼성경제연구소의 내년 3.7%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민간 연구소는 비관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마련이며 정부로서는 내년 5.2~5.3%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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