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국방부는 한미연합 훈련의 경우 지난해 실시했던 축소 규모를 유지한다고 밝혔고, 국방 예산 50조원 돌파 시대를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남북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데에 비춰보면, 국방 정책에서의 특별한 변화는 없어 보인다.
북한이 반발해 왔던 상황을 그대로 둔 채 정부가 대북 사업을 확대를 공언한 것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 "전작권 전환 단계 높이라"
문 대통령은 '공고한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책임 국방 실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육·해·공군 지휘부가 있는 충청남도 계룡대에서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 강한 안보, 책임 보훈'이라는 주제로 2020년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고 이같이 주문했다. 계룡대에서 업무 보고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하고 공고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정보 공유, 공동 대응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작전 능력을 갖춰 책임 국방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조건을 갖추는 데 있어서도 차근차근 계획대로 단계를 높여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인 오는 2022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첫째도 둘째도 유능한 안보, 강한 국방력"이라며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튼튼한 국방 태세를 갖추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궁극의 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강한 국방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우리 군이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초소 단계적 철수, 남북 공동 유해 발굴 등 9.19 군사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안정적 뒷받침할 수 있었던 것도 확고한 군사 대비 태세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며 "강한 국방력이야말로 굳건한 평화의 토대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병영 문화 정착"을 주문했다. 그는 "그간 장병의 복지와 인권 개선에 많은 성과가 있었다"며 "정부 출범 시 약속한 대로 지난 2년 동안 사병 봉급을 150% 인상해 올해 병장봉급이 54만 원을 넘게 됐고 앞으로도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보훈 대상자 예우에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특별히 10년 단위 기념일들이 많다"며 "청산리·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비롯해 6.25 전쟁 70주년, 4.19 혁명 60주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은 독립, 호국, 민주로 이어져 온 우리 현대사를 상징하는 기념일들"이라고 했다.
특히 "청산리 봉오동 전투는 항일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빛나는 승리였음에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우리 스스로 자긍심을 높이고 애국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도록 100주년을 특별히 기념하는 데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바란다"고 했다.
국방부 "올해도 한미연합훈련 조정 시행"
국방부는 올해 '국방 예산 50조 시대'를 강조했다. 특히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전년보다 1.1조 원이 증가한 6조 2156억 원을 편성해 고고도무인정찰기(HUAV)를 추가 도입함으로써, 독자적인 감시정찰 능력을 증대시키고 군 정찰위성 및 중고도무인기(MUAV) 사업을 정상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3∼4월 예상되는 한미연합훈련을 지난해와 동일한 기조 아래 규모를 조정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관계 등을 감안해 한미연합훈련 규모를 조정했던 지난해와 동일하게 한·미 두 나라 군 당국의 협의를 통해 '동맹 연습'이란 이름의 연합지휘소훈련(CPX)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거 등 9.19 군사합의 정신에 따라 남북 군사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올해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국방 예산을 늘리고, 한미연합 훈련 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 대화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최근 북한 도발 시 한미연합 훈련을 복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합의는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신뢰 관계를 증진해 한반도 비핵화의 길로 들어올 수 있게 했다"며 "한반도에 평화 정착이 되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기존에 합의가 되고 조치됐다. 여건이 조성되면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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