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초부터 공사를 시작하는 원자력 발전소 신고리 1, 2호기 건설 예정지에 국제적 희귀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사실은 2004년 1월에 완료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전혀 거론되지 않았으나 환경단체의 추적 조사 결과 밝혀졌다.
***"원전 건설 예정지 국제적 희귀동물 서식", 환경영향평가 때는 몰라**
녹색연합은 1일 "8월초 공사를 시작하는 신고리 1, 2호기의 건설 예정지 중 1곳인 부산 기장군 효암리 일대가 국제적 희귀동물인 '고리도롱뇽(Hynobius yangi)'의 서식지로 밝혀졌다"며 "원전 공사를 예정대로 강행할 경우 '고리도롱뇽'의 멸종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이런 사실은 2004년 1월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될 때까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며 "세계적 희귀종의 서식지가 확인된 만큼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는 것을 포함해 신고리 1, 2호기 건설 자체를 근본에서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건설될 신고리 1, 2호기는 각각 1백만㎾급 생산규모로 총 4조9천1백3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 동안에도 울산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건설 저지 입장'을 표명하고, 환경영향평가 과정의 문제점이 제기되는 등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는 가운데 원전 추가 건설을 무책임하게 추진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리도롱뇽' 국제적 희귀종, 원전 건설 재검토 불가피**
이번에 녹색연합에 의해 원전 건설 예정지에 서식된 것으로 밝혀진 '고리도롱뇽'은 1997년부터 보고되기 시작한 국제적 희귀종이다. 최근 인하대학교 양서영 교수, 김종범 박사 등 국내 연구진들에 의해 기존 도롱뇽의 돌연변이가 아닌 특이종으로 밝혀져 서식 환경에 대한 추가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예정대로 기존 부지에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 '고리도롱뇽'의 서식지 이식을 추진한다 해도 성체가 본격적으로 출현해 산란과 활동을 하는 봄인 3월까지는 공사의 연기가 불가피하다. 학계와 환경단체는 조사 결과 생태계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신고리 1, 2호기 사업 자체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리도롱뇽'을 2003년에 국제 학계에 보고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한 인하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김종범 박사는 "'고리도롱뇽'은 기장군 효암리 일대 좁은 지역에서 한정적으로 발견되고 있는데다, 그 생태적 특징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며 "특히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희귀종이기 때문에 '멸종 희귀종'으로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도 "국내에 보고된 지 최근이기 때문에 법적 보호종이 아니지만, 동물 중에서 그 서식지가 국내 1곳에만 존재하는 사례는 '고리도롱뇽'이 처음"이라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제대로 실시하고, 원전 건설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재철 국장은 "호주에서도 올림픽 체조 경기장 부지가 보호종 중 하나인 '금개구리'의 서식지로 확인돼 경기장 부지를 옮긴 사례가 있었다"며 "정부가 원전 건설을 강행한다면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국제 사회의 약속을 저버리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는 '고리도롱뇽'을 비롯해 '도롱뇽', '꼬리치레도롱뇽', '제주도롱뇽' 등 4종의 도롱뇽이 서식하고 있다. 이 중 '고리도롱뇽'과 '제주도롱뇽',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터널을 반대하는 '도롱뇽 소송'의 주인공인 '꼬리치레도롱뇽' 등은 보호 가치가 높은 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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