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 개별 관광 추진을 놓고 한국과 미국 간 의견 차가 도드라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개별 관광이 유엔 대북제재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 측은 "한·미가 서로 긴밀히 상의해야 하는 문제"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16일 오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금강산 관광이나 대북 개별방문의 경우 유엔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언제든 이행할 수 있으며, 이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유엔의 대북제재 및 미국의 단독 제재 등 모든 부분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상당 부분 제재 면제를 받은 것 혹은 제재 면제의 사유가 있는 것들이 있다"며 "면제 사유가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면제 협상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국 패싱(Passing)'이 아니라는 것.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북미 대화만 바라보고 있을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현실적 방안을 찾아서 남북관계를 최대한 발전 시켜 나간다면 그 자체로도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북미 대화에 좋은 효과를 미치는 선순환적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밝힌 입장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15일(현지시각) 북한 개별 관광과 관련해 "(미국 측과) 한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며 "안보리 제재에 의해서 그게(개별 관광이)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해리 해리스 미국 대사는 그러나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이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남북협력을 위한 어떤 계획도 미국과의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은 주권국가이고, 미국이 한국의 결정을 승인하는 입장은 아니"라면서도 사실상 문 대통령의 구상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어 "문 대통령의 연이은 낙관주의는 고무적이고 그런 낙관주의가 희망을 만들어낸다"면서도 "그 낙관주의에 따른 행동은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양국은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에 대해선 의견 절충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세부 사항은 공개할 수 없지만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우리 정부는 합리적 수준의 공정한 부담 등을 유지하며 창의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조만간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도 이날 간담회에서 "(미국이) 요구 총액을 조정했다. 미국이 양보했으니 한국도 그럴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지난해 12월 5차 회의에서 총액을 39억 달러까지 낮춰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파병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 실장은 "소위 IMSC라고 해서 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국제해양안보 구상이 있는데, 그 일원으로 우리가 참여하는 형태의 파병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최근 중동지역의 정세와 관련해서 우리 국민과 기업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우리 선박의 안전한 자유항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공조 형태가 아닌 청해부대가 독자적으로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형태의 파병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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