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단체가 복무 중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부사관에게 안정적인 복무 보장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16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랜스젠더 부사관의 탄생을 환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수년 전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한 A 하사는 전차(탱크) 조종수로 복무해오던 중 지난해 트랜스젠더로 자신을 정체화하고 수술 결심에 이르렀다. 1년여간 심리상담 및 호르몬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해 6월, 수도병원에서 '젠더디스포리아'(성별불일치)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겨울, 소속 부대의 승인 하에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완료했다.
현재 군병원에서 치료 중인 A 하사는 가족관계등록부 상의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하기 위해 관할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육군은 성기 적출을 한 A 하사를 절차에 따라 의무조사를 마친 뒤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한 상태다. 전역심사위원회는 1월 22일로 예정되어있다. 간부의 전역은 복무에 대한 의지,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으로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된다 해서 반드시 전역하는 것은 아니다. A 하사는 전역 결정이 내려지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현행 법령은 군에서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성주체성 장애'로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이나 입대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 군에 관한 명확한 지침이나 규정은 전무하다. 때문에 A 하사의 경우 국방부령인 '질병·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 기준' 제384호에 따라 '고환 성기 훼손이 발생한 상황'으로 보고 계속 복무가 가능한지 의학적으로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인권센터는 "수술 후 회복만 이루어지면 바로 정상적인 복무가 가능하고, 당사자 역시 어렸을 적부터 꿈꿔온 군인의 길을 계속하여 걸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라며 "A 하사를 전역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김대희 가톨릭대학교 응급의학과 조교수의 소견을 인용해 "고환 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 불임, 성기능 상실, 발기부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부작용은 호르몬 대체요법 등으로 완화될 수 있다"며 "고환 절제술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군 복무 부적합 판정을 할 의학적 근거는 매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는 "법적인 성별 정정 절차를 밟고 있음에도 성전환 수술에 따른 성기 적출을 심신장애로 판단해 전역심사위원회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육군이 이미 성별 정정 과정 전반을 승인한 바 있고, 당사자를 포함하여 소속부대도 A 하사가 계속 복무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어 전향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벨기에 등 20개 국가에서는 성소수자의 군복무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트랜스젠더 복무 금지 행정지침을 발표했으나 각 항소법원이 이를 위헌으로 규정하면서 성별정정이 완료된 트랜스젠더 군인의 입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국립 트랜스젠더 평등센터(NCTE)는 현재 1만5000여 명의 트랜스젠더 군인이 현역으로 복무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또 "2013년 미국정신의학협회가 성주체성 장애를 '성별 불쾌감'(dysphoria. 다른 성으로 잘못 태어났다고 느끼는 상태)이라고 변경했는데 우리나라 국방부령은 여전히 성주체성 장애라는 진단명을 사용하여 트랜스젠더를 혐오와 차별로 내몰고 있다"며 "성소수자 군인의 존재는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 관계자는 "간부나 병사가 중간에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전역심사에 부쳐진 게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에 관한 규정이 현재 없어 새로 규정을 만드는 등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재로서는 현역·병역법 준수하는 것이 가장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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