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사학재단의 추한 행태가 또 한 차례 공개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前학장 골프장 공금 탕진'에 이사회는 "그냥 덮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은 28일 "사립학교 재단의 주먹구구식 이사회 운영과 부정부패에 대한 사학재단의 불감증이 심각하다"며 서울 면목동 소재 서일대학 재단의 비리를 고발했다.
서일대 교수협의회(회장 이화영)에서 최순영 의원실에 제출한 '서일대 강모 전 학장의 학사업무 중 학교공금 이용 골프장 사용 내역'에 따르면 강 전 학장은 2001년 8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법인카드로 기흥, 삼흥, 광릉, 덕평, 동서울레스피아 등 총 23곳의 골프장을 돌아다니며 1천4백여만원의 교비를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심각한 것은 이같은 교비 유용 행위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이를 묵인한 사실이다.
2003년 12월15일 서일대학 재단인 세방학원 이사회는 강 전 학장이 골프장 이용료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1천4백여만원에 대해 환수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그 일을 덮어주었으면 한다"는 김모 전 이사장의 제안에 따라, 이사회는 전원합의로 이를 의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상 배임행위가 명백한 이사회의 이런 결정에 대해 서일대 교수협의회 이화영 교수는 27일 양모 현 세방학원 이사장을 비롯한 6명을 서울 동부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최순영 의원, "공익이사 선임이 사립학교법 개정 핵심"**
이같은 사학재단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공익이사의 선임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공익이사란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 교수회·직원회·학생회 등 학교 구성원이 추천하는 이사를 가리킨다. '공익이사제'는 1999년 정부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었으나, 최근 정부안에는 비리사학에 한해 적용되는 것으로 후퇴했다. 그 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은 모든 법인 이사회의 3분의 1을 학교 구성원들이 추천하는 '공익이사제'의 전면 도입을 요구해 왔다.
최순영 의원은 "사학이 이사장 1인의 독선적인 운영과 족벌 체제의 폐단을 차단하고, 투명한 학사 운영을 위해서는 이사회를 제대로 구성해야 한다"며 "공익이사의 선임이 사립학교법 개정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서일대학 재단의 비리가 그 전형적인 예라는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 유력, 사학 법인 반대가 관건**
현재 사립학교법 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다.
정부가 사학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놓은 데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안이 좀더 개혁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당정 협의를 통해 단일안을 마련할 경우 통과가 거의 확실시 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부와 여당은 ▲사립학교 교직원 임면권을 교장에게 부여, ▲친인척 이사 비율을 20~25%로 제한, ▲비리 임원 복귀 시한을 5~10년으로 하는 것 등의 내용에 합의한 상태다. '공익이사제' 등 핵심 내용이 빠져 있기는 하나 그 동안 대표적인 개악 조항들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의 가장 큰 장애물은 사학 법인 쪽의 반발이다. 현재 사학 법인은 "일부 비리 사학의 문제를 이유로 대부분의 건전 사학을 규제하는 안에 찬성할 수 없다"며 개정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사학 법인은 현 정부안에 반대하고, 사학 이해관계에 맞는 개정안을 적극 홍보할 예정이어서 한 차례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순영 의원실은 29일 오후 '사립학교법 개정의 방향'을 주제로 정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사학 관계자 등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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