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 1순위'로 꼽혀온 강병섭 서울중앙지법원장(55.사시 12회)이 27일 이번 대법관 인선 절차와 판결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사의를 표명, 파문이 일고 있다. 또한 여성 대법관 제청 후보군에 속해 있던 이영애 춘천지방법원장(54.사시 13회)은 이미 지난 26일 법원행정처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시 20회인 김영란 부장판사가 대법관에 임명된 데 따른 반발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적잖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강병섭, "민변 등과 보조를 맞춰 평판 얻는 게 중요하냐"**
강 법원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하며 "김영란 부장판사가 대법관에 제청된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으나, '절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법률이나 대법원 규칙이 아닌 내규에 근거해 구성된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가 추천자 명단을 공개하고 '개혁성' '진보적 성향'을 내세우며 사법부에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은 심각한 위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법관들이 묵묵히 일하기보다 적당한 때에 변호사로 개업해 경제적 안정도 누리면서 민변이나 시민단체 등과 보조를 맞춰 '개혁적'이라는 평판을 얻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게 한다면 사법부에는 엄청난 위기"라고 주장, 공개리에 민변 등 진보적 시민단체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인사가 잘 됐는지를 판단하려면 훌륭한 분이 뽑혔는지 못지 않게 인선에서 제외된 법관들이 자긍심과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덧붙여, 자신의 사의 표명이 김영란 대법관 임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강 법원장은 또 최근 판결과 관련해서도 "최근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법원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법관은 진보여서도, 보수여서도 안되며 백지상태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진보적 시민단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판단이 기우는 경향이 있다면 판결의 공정성이 위기를 맞을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강 법원장은 "혼자서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라 후배 법관들과 깊이 상의한 끝에 내린 판단"이라며 "법관이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는 옷을 벗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해, 자신의 사의 표명이 개인행동이 아닌 집단적 의사 표현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사표를 제출한 뒤 내달 9일 공식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그의 입장 표명을 계기로 법조계내에서도 거센 보수-진보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강병섭 법원장은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사시 12회에 합격한 뒤 서울고법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서울고법.서울지법.수원지법 등 수도권 3대 법원의 수석부장을 지낸 엘리트 고위 법관으로, 서울고법 수석부장 재직시절에는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을 담당하면서 여러명의 현역 의원들에게 당선 무효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영애 "떠날 때가 돼서 떠나는 것"**
26일 이미 사표를 제출한 이영애 춘천지방법원장 역시 최초의 여성 사시 수석합격자, 최초 여성 고법부장, 최초 여성법원장 등 타이틀을 독차지하며 승승장구했던 법관이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 후보' 를 탄생시킨 이번 제청 인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원장은 사표 제출과 관련, "떠날 때가 돼서 떠나는 것일뿐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며 "작년 전효숙 헌재 재판관에 이어 김영란 부장판사가 여성으로서 대법관에 제청된 상황에서 최고참 여성 법관으로서 법원을 떠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경기여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한 뒤 71년 13회 사법고시에 수석합격했으며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역임했으며, 새만금 집행정지 사건 항고심 등을 맡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