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족에게 '발길질' 해 비난 봇물

피해자 모친 달려들자 가슴에 발길질, 경찰청서버 다운되기도

경찰이 연쇄살인범 유영철(34)을 26일 오전 검찰로 송치하는 과정에 유씨를 보고 흥분해 달려들며 경찰의 무사안일을 비판하던 피해자 유족의 가슴부분에 발길질을 해 계단 아래로 쓰러뜨리는 상식밖 행태를 보여 네티즌들의 분노가 빗발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구금돼 있던 유씨는 이날 오전 7시50분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에 둘러싸여 "심경을 말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공세에 입을 굳게 다물고 10초 정도 촬영에 응한 뒤 경찰서 현관에서 호송차량까지 10m 정도를 떼밀리 듯 이동, 급히 호송차량에 올랐다.

***"경찰 너희가 빨리 잡았으면 안 죽었잖아"에 경찰 발길질**

유씨가 경찰 현관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경찰 저지선 밖에 서 있던 동대문구 이문동 살인사건의 피해자 전모씨의 어머니로 알려진 50대 여성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유씨에게 달려들며 "이문동 엄마야. 경찰 너희가 빨리 잡았으면 안 죽었잖아"라고 유씨와 경찰을 함께 비난하며 울부짖으며 들고 있던 우산으로 유씨를 때리려 했다.

50대 여성이 유씨를 향해 갑자기 달려들자, 현관 계단 위에서 유씨를 둘러싸고 있던 사복경찰 가운데 한명이 이 여성의 가슴팍을 발로 정면으로 차는 바람에 '퍽' 소리와 함께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피해자의 유족으로 보이는 또 다른 30대 남성도 유씨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어, 경찰이 이를 뜯어 말리는 과정에 몸싸움이 심하게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과잉진압을 한 경찰은 유씨를 24인승 호송용 버스에 서둘러 태운 채 앞뒤로 기수대 소속 승합차 2대의 호위를 받으며 경찰서를 황급히 빠져 나갔다.

서울경찰청 김병철 형사과장은 이와 관련 "당시 직원은 유씨를 두손으로 잡고 있는 상황에서 취재진과의 약속 아래 설정한 포토라인을 제치고 달려오는 유가족을 발을 사용해 제지하려 했던 것이지 폭행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네티즌 "폭행방송 일본TV에도 나가"**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유족에 대한 경찰의 '발길질'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경찰의 과잉대응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면서 경찰청 홈페이지가 이날 오후 다운되기에 이르렀다.

네티즌 안병국씨는 "이건 너무 심했다고 봅니다. 충분히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도 막을 수 있던 상황이였는데..."라며 "그 피해자의 유가족을 발길질 하다니요,그것도 자기 부모뻘되는 사람에게..."라고 개탄했다. 그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우리나라 경찰들이 부끄럽습니다"며 "그 발길질 하는 장면이 일본 방송에 나갔다고 하더군요. 정말 부끄럽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이라고 개탄했다.

네티즌 정민규씨는 "이걸 또 묵살하지말고 반드시 파면조치시켜라"라며 "경찰 드디어 미쳤구만...."이라고 탄식했다.

경찰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수백명의 네티즌들은 유영철이 21명을 연쇄살인하는 동안에 연쇄살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데다가, 유씨 검거과정에는 시민들이 검거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들끼리 서로 검거했다며 논공 다툼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에는 피해자 가족에게까지 발길질을 한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며 한결같이 관련자 엄중문책을 요구했다.

***유영철 "조폭이나 경제사범 한두명 더 죽이겠다"**

한편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자신의 만행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영웅심리'에 사로잡혀 추가 살인을 호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서울경찰청의 강희락 수사국장은 이날 오전 유씨를 검찰에 송치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씨의 최근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씨가 경찰 조사에서 '감옥에서 조폭이나 경제사범 한두명 더 죽이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유씨 발언은 체포후 언론의 과잉 보도에 고무돼 마치 자신이 영웅이나 된듯 착각하고 있음을 반증해주는 것으로 해석돼, 언론의 과잉 보도에도 자성이 요구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