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진 문 대통령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지난 11일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북한이 친서를 수령한 뒤 두 정상(트럼프-김정은) 간의 친분 관계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며 "(북한은) 북한의 요구가 수긍 돼야만 대화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이러한 평가와는 달리 김 고문은 당시 친서에서 북미 간 대화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김 고문은 "우리는 미국과 대화탁(탁자)에서 1년 반이 넘게 속히우고 시간을 잃었다. 설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개인'적인 감정이여야 할 뿐, 국무위원장은 우리 국가를 대표하고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시는 분으로서 그런 사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국사를 논하지는 않으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남조선(남한) 당국은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 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여들었다가 본전도 못챙기는 바보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문 대통령은 "북한은 (지난해) 연말(까지 미국과 협상한다는) 시한을 설정한 바 있었기 때문에 그 시한을 넘어가면 북미 간 대화가 파탄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북한은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며 "물론 북한이 조건을 강조하긴 했지만 그건 북한이 종전에 해왔던 주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에 국내 정치 상황뿐만 아니라 이란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많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미국이 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여전히 가장 중요한 외교 사안으로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미가 있다"며 양측 간 최근에 오갔던 메시지가 대화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김계관 고문이 사실상 남북관계에 대한 거부 의사를 비친 것에 대해서도 "북한의 메시지를 잘 보더라도 비핵화 대화는 북미 간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고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협력을 위한 남북 간 대화를 거부하는 메시지는 없다"고 해석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북미 교착 상태와 맞물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북미 대화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남북 간 할 수 있는 협력을 해야한다"며 "여기에 대해 한미 간에 이견이 없고 앞으로 필요한 조치를 (미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물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북이 할 수 있는 협력에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그 범위 내에서도 남북 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남북 접경지역 협력, 개별 관광 같은 것은 국제 제제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 또 도쿄 올림픽의 남북 공동 입장과 단일팀 구성, 2032년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 등의 합의도 이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 간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엔 (대북) 제재에 대한 예외적 승인이 필요하다면 그 점에 대해서도 노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14일(현지 시각) 부터 이틀 일정으로 워싱턴 D.C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한미간 회의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문 대통령이 일정 부분 진전이 있다고 말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진전이 있다. 미국과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고 간격도 좁혀지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타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진전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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