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회화의 화풍에 거처하면서도 동시대성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변용의 미학을 추구해온 화가 김이오가 신작 20여점을 광주에서 선보인다.
광주 나인갤러리(동구 예술길)에서 신년 초대전으로 1월 19일까지 관객을 맞는 이번 전시는 새롭게 시도된 화면구성과 다양한 감성을 안겨주는 색감의 연출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느낌으로 화단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작품의 이같은 전례없는 생경함은 규칙과 카오스, 배경과 주제의 전복이 빚어내는 대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정작 작가의 이런 시도는 그동안의 작업들이 지녀온 내재율의 관점에서 돌이켜볼 때 전례없거나 생경한 것만은 아니다.
작가의 이같은 접근방식은 두 가지 비평적 관점에서 해체와 전복의 미학으로 수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관객과의 소통의 영역에서, 캔버스에 보내는 감정이입이라는 시그널과 그 반향을 체감하는 기존 회화감상의 원리를 해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객은 규칙성과 모호성, 프레임과 오브제의 경계의 해체 등이 빚은 주관적인 시그널과 객관적인 반향의 흐트러짐을 감상의 키워드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이오의 이러한 창작언어를 보다 내밀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퐁피두센터(프랑스 파리)의 건축 문법을 대비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퐁피두 센터가 20세기 건축비평의 핵심에 자리잡게 된 것은 기존에 관념화된 건축의 안과 밖의 역할과 기능이 지닌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린 측면이다. 건축의 내면에 숨어있어야 할 엔지니어링 기제들이 모두 밖으로 노출되며 파사드 장식의 수단으로 연출된 전복의 미학이 퐁피두 조형언어의 원형질이다.
안과 밖은 왜 서로 교호 할 수 없는가?
주제와 부제, 배경과 오브제는 왜 안팎으로 나누어지는가?
안과 밖은 왜 융복합의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내지 못하는가?
이같은 김이오의 탐색에 대해 비평가 김허경은 “‘프레임과 오브제’로서 그림의 안과 밖의 상호작용을 지지하는 ‘회화의 바깥이면서 동시에 회화의 일부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규정하며 “회화의 의미를 고정하고 완결짓기보다는 내부와 외부의 유동성과 불확정성의 경계에서 우리에게 신비의 실체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김이오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다수의 대학에서 강의 및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2019년 아트마이애미, 서울 키아프, 아트광주, 타이페이 아트 포모사, 인터컨티넨탈 서울 아시아호텔페어, 대한민국 화랑비술제 등에 출품,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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