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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커피 나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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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커피 나오셨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 우리말의 잘못된 예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외국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존대법이다. 물론 조사나 어미도 어려워하지만 ‘존대’라는 말이 나오면 정신없이 헤매기 시작한다. 주체높임, 객체높임, 상대높임 등이라는 단어도 어렵고 압존법(壓尊法)이라는 단어조차 모른다. 외국인이 어렵다는 말은 한국인에게도 어렵다는 말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대충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듣고 따라할 뿐이지 제대로 배운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냥 어른들이 “어른 앞에서 그렇게 말하면 못써!”라고 하니까 “그러면 안 되는구나.” 하고 다음에 말할 때는 조심해서 바꾸는 정도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우리말 높임이 언중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필자는 한국어전공자로서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아주고 있지만 듣는 사람도 불편하고, 가르쳐주는 필자도 민망할 때가 많다. 젊은이들은 꼰대가 참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지나치게 잘못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 예절을 바로잡아보고자 한다.

요즘 제일 많이 들을 수 있는 것이 “커피 나오셨습니다.”이다. 도대체 누구를 높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조금 있으면 “커피님께서 나오셨습니다.”라고 할 판이다. 언젠가 우리 학교에서도 “총장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라고 사회자가 말하는 것을 보고 바로 수정해 준 적이 있다. 지금은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도 가끔 교회에서 “성경에 이런 말씀이 계십니다.”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성경의 말씀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말씀이 있습니다.”라고 해도 충분한데, 굳이 사람으로 인정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몰라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커피 나오셨습니다.”는 그냥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하면 간단하다. 왜 굳이 커피를 높이려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손님을 높이려는 것이 잘못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불필요한 선어말어미를 더하여 비문을 만들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자리에 앉으실게요.”, “먼저 가실게요.”, “내일 보시게요.” 등과 같은 말이다. 오래 전에 골프장에서 많이 듣던 것인데, 요즘은 거의 대중화되었다. 계산대에서나 승강장에서나, 아무 곳에 가도 이런 식의 표현을 많이 듣는다. 상당히 귀에 거슬려서 몇 번이고 수정해 줬는데, 그 순간에 그칠 뿐이고 언중들은 더욱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요즘 언어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주문 도와드릴게요.”와 같은 문장도 나온다. “주문하시겠어요?”하면 간단한 것을 왜 굳이 “도와드릴게요.”라고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앞에 있는 문장들은 다음과 같이 하면 자연스럽다. “자리에 앉으십시오.”, “먼저 가시지요.”, “내일 뵙겠습니다.”와 같이 하면 아주 자연스러운데 “~~게요.”라고 해서 부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 인터넷이나 SNS의 유행으로 말이 짧아지고, 이모티콘이나 축약된 어휘 등을 사용하다 보니 비문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생활에서까지 이렇게 비문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가능하면 어법에 맞는 말을 써야 우리말의 우수성도 알고 후손에게 바른 언어를 지도할 수 있다. 언어는 역사성이 있어서 항상 생성하고, 성장하고, 소멸하는 것이지만 현실에서 항상 바른 말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말은 말할 때와 쓸 때 발음상 차이 나는 것이 많다.(구어와 문어의 차이인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할 때는 “야! 일루와!”라고 하면서 쓸 때는 “야! 이리 와.”라고 쓴다.) 또한 글로 쓸 때와 SNS상에서 표현하는 것이 매우 다르다. 필자도 이런 칼럼을 쓸 때는 표준어로 쓰지만 제자들과 소통할 때는 젊은이들이 쓰는 용어나 이모티콘을 즐겨 사용한다. 그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젊은이들의 용어를 즐겨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금방 즐거워 하며 속내를 펼치기도 한다. 이것이 소통의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어울리기 위해서는 빨리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요즘의 어휘를 익히는 것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용어나 문장의 활용에 있어서는 바른 문장법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를 높여주면 욕먹을 일이 없다. 함부로 반말하지 말고 많이 듣고 신중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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