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시리아 하늘은 공습과 폭격으로 늘 뿌옇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시리아 하늘은 공습과 폭격으로 늘 뿌옇다

'시리아 참상' 속 삶 보여주는 영화 <사마에게>

줄지어 늘어놓은 시체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었다. 의사는 이들이 "수갑을 차고 있으며 고문의 흔적이 있다"고 말한다. 도시는 폐허가 되고 수시로 공습 경보가 울린다. 성인 남성부터 어린아이 할 것 없이 흙먼지와 피를 뒤집어 쓴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 온다.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친구가 한순간에 주검이 된다. 아들을 잃은 엄마는 파란 담요에 싸인 아들의 시신을 안고 넋 나간 채 어디론가 향한다. 8년 째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의 일상이다.

시리아 참상과 그 속에서 이어지는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가 23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배급 시사회를 열었다.

아사드 정권의 독재에 저항해 시작된 시리아 사태는 560만 명 이상의 난민과 600만 명 이상의 국내 실향민을 발생시켰다. 폭격은 일상화되어 주택이나 병원을 가리지 않는다. 죽음의 그림자만이 남은 도시에서 태어난 한 살 아기 '사마'는 폭격음이 익숙한 듯 놀라지도 않는다. 엄마 '와드'는 "이런 곳에서 태어나게 한 엄마를 용서해줄래?"라면서도 사마를 통해 생명의 희망을 찾는다.

'사마'는 '하늘'이라는 뜻이다. 와드 알-카킵 감독과 남편은 공군도 공습도 없는 깨끗한 하늘을 꿈꾸며 딸의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영화 속 시리아의 하늘은 수시로 이뤄지는 공습과 폭격으로 뿌옇다.

와드 감독은 그와 남편이 살아남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딸 사마에게 부모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리기 위해 기록을 이어나갔다고 밝혔다.

<사마에게>의 주인공이자 감독 와드 알-카킵은 대학생 시절 아랍의 봄부터 5년 동안 시리아 알레포에서 아사드 정권의 독재에 맞섰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으로 시위 현장을 기록하다가 폭격이 거세지면서 카메라를 들고 저널리스트로 변신해 전세계에 시리아의 참상을 알렸다. 영화는 그 5년간의 기록이다.

와드는 자유를 위해 싸우던 중 뜻을 함께하는 친구 '함자'와 사랑에 빠져 부부가 되고 딸 '사마'를 낳는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들에게 혁명은 딸의 미래를 위한 것이 된다.

전쟁의 참상을 다룬 작품들은 많았지만 <사마에게>가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전쟁 지역의 참혹한 피해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평범한 개인이 직접 남긴 기록이기 때문이다. 와드 감독이 "<사마에게>는 나에게 단순히 영화가 아니라 삶이다"라고 언급한 것처럼, 영화는 와드 감독이 겪었던 전쟁의 참혹함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피어난 가족, 아웃간의 유대, 사랑, 그리고 생명과 삶에 대한 소중함이 녹아있다.

영화는 시리아의 동 알레포, 그중에서도 함자의 병원을 주된 배경으로 한다. 함자는 알레포의 마지막 남은 병원에서 고군분투한 32명의 의사 중 한 명이다. 이들은 폭격이 거세지면서 안전을 위해 떠나야 한다는 주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신념으로 알레포에 남는다.

영화는 적나라하다. 흔들리는 화면을 통해 폭격과 불길, 피범벅이 된 주검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지만 와드 감독은 "실제 일어나는 일들의 극히 일부분만을 담았다"며 "영상 기록물을 영화화하는 장면은 모든 경험을 다시 체험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저는 사람들이 <사마에게>가 나와 내 가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주는 한편 우리의 경험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길 바랐습니다. 수백 수천 명의 시리아인들은 같은 경험을 하며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이 모든 범죄를 저지른 독재자는 여전히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여전히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정의를 향한 우리의 투쟁은 처음 혁명이 일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와드 감독은 2016년 12월, 끝내 알레포를 떠나 영국에 살고 있다. 영화에 앞서 와드 감독은 2016년 영국의 채널4에서 <인사이드 알레포>라는 이름으로 알레포의 참상을 알리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들은 온라인에서 5억뷰를 달성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고 와드 감독은 2016년 뉴스 속보로 2017년 국제 에미상 뉴스부문 수상을 포함해 24개의 상을 수상했다.

<사마에게>는 제72회 칸영화제 최우수다큐멘터리상, 제26회 핫독스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을 비롯해 영국독립영화상에서는 다큐멘터리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전세계 영화제 60관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다큐멘터리로 손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로튼 토마토 선정 TOP 10, 벡델 테스트 페스트 선정 2019 최고의 영화 3위, 영화비평매체 인디와이어, 영국 유력지 가디언, BBC 등 해외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TOP 10에 선정됐다.

▲영화 <사마에게>(FOR SAMA) 메인 포스터. 와드 알-카킵, 에드워드 와츠 감독, 15세 이상 관람가, 2020년 1월 23일 개봉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