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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문 있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30년 만에 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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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문 있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30년 만에 재심

21년 옥살이 지낸 피해자 요청에 법원 응답...당시 수사관 "기억 안 난다"

경찰 고문에 버티지 못하고 '낙동강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지낸 피해 당사자 2명에 대해 법원이 재심 결정을 내렸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김문관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한 뒤 모범수로 출소한 최인철(59), 장동익(62) 씨가 제기한 재심청구 재판에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 부산고법 전경. ⓒ프레시안(박호경)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지난 1990년 1월 4일 부산 사상구 엄궁동 낙동강변 갈대밭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뒤 최 씨와 장 씨는 부산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 유원지 공터에서 무면허 운전교습 중 경찰을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금전을 갈취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으며 이들은 이후 낙동강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됐다.

당시 경찰은 두 사람으로부터 자백을 받았다며 부산지검으로 송치했고 검찰은 경찰에서 조사된 내용을 보완해 두 사람을 기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한 끝에 지난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그러나 첫 재판과정에서부터 "경찰 고문으로 인한 허위자백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두 사람은 지난 2017년 5월 재심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경찰의 고문, 가혹행위 등 직무상 범죄와 수사기록 상 나타난 공문서 위조, 연행 과정에서의 불법성 등을 제시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를 맡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심 청구 결정 여부에 대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전인 지난 2016년 SBS에 출연해 이 사건을 떠올리며 "변호사 생활을 통틀어 한이 남는 사건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재심 개시 결정을 위해 지난해 5월 23일부터 11월 14일까지 6차례에 걸쳐 경찰과 최 씨 등에게 심문을 진행했으며 경찰의 고문이 있었지 여부를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다뤘다.

최 씨 등은 경찰에 강제연행된 이후 수사관에게 물고문을 당하는 등 고문 장소와 방범, 당시 수사관들의 언행을 일관되게 진술했으나 증인으로 나선 당시 수사관 4명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 씨와 최 씨의 진술만으로도 실제 고문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구체적이다"며 "무려 28년간 일관되게 경찰 수사관의 가혹 행위를 재심사유로 주장하고 있다"고 최 씨 등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같은 결정에는 현장 사진도 영향을 미쳤다. 경찰이 작성한 현장검증 조서에는 지난 1990년 11월 15일 하루에 진행됐다고 나와 있었으나 전혀 다른 시간대 사진이 찍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최 씨 등은 당시 현장 검증을 끝낸 늦은 오후 경찰 수사관에게 또다시 물고문을 당한 뒤 다음날 다시 현장 검증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관들은 진술을 번복하거나 고문사실을 묻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 다고만 말하는 등 문제점들이 있었다"며 "증언에 나선 한 수사관은 두 사람의 범행을 확신한다면서도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증언을 하는 등 비상식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같은 경찰서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고문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 등을 볼 때 경찰이 재심 청구인들에게 가혹행위를 통해 허위 자백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최 씨와 장 씨가 30년간 가혹 행위를 호소해 왔는데 사법부의 일원인 재판부가 이제서야 재심 결정을 내렸다"며 "장 씨의 돌아가신 어머니를 포함해 재심 청구인의 모든 가족에게 '늦어진 응답'에 대한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고 최 씨 등에게 고개를 숙이기고 했다.

한편 경찰청과 부산지방경찰청은 이번 법원의 판단에 대해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개시 결정과 관련한 공식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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