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꼭 100일 남았다. 2020. 4.15 총선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촛불민심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할 때 함께 해산되었어야 할 국회가 지금껏 연명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정부 탄핵과 함께 20대 국회도 해산하고 새로운 촛불정부가 들어선 것처럼 새롭게 촛불국회를 구성했어야 했다.
우리나라 국회는 '혐오대상 1위'라는 불명예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 화두인 21세기 대명천지임에도 현재 국민들 눈에 보이는 국회의 모습은 "무조건 밀어붙여!", "돌격 앞으로!"가 떠오를 정도로 산업화·군사독재 등 70년대 사고방식에 갇혀있는 한국당 지도부와 "우리 편이야. 묻지 말고 보호해!", "우리 편 아니네. 닥치고 공격해!"가 생각날 정도로 흑백논리에 입각, 피아를 구분하는 80년대 운동권 방식의 민주당 주류가 서로 볼썽사나운 각축전을 벌이면서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마치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70년대와 80년대라는 퇴행적 사고방식에 생각보다 많이 젖어있는 국회의원들이 4차산업혁명과 우리나라 미래를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정치다운 정치, 상식적인 정치, 성숙한 정치가 실종된 것일까?
많은 청년들이 왜 정치에 등을 돌리고, 많은 국민들이 왜 정치인들을 혐오하고 경멸할까? '당신들의 천국' 안에서 이른바 '여의도 정치'라는 미명 아래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민생과 실용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국민의 뜻을 국정에 반영하는 대의정치라기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워 이전투구식으로 싸우는 바람에 가장 비생산적인 조직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 국회를 바뀌고 정치를 바꿔내야 한다. 수십 년 기다리고 기다리며 정치인들에게 맡겨보았지만 백년하청이었고, 대폭 물갈이도 해 보았으나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제는 물갈이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판을 갈아야 하지 않을까? 지난 2017년 촛불혁명1이 '행정부'를 바꿨다면 2020년 촛불혁명2는 '입법부'를 촛불국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꿔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4월 총선이다.
강을 건너고 나면 배와 이별해야 한다. 배가 아까워 그것을 갖고 육지로 가지고 가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냇물이 시내를 버리고 강물이 강을 버려야 바다에 닿을 수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이제 잘못된 과거를 버려야 미래가 있다. 즉 촛불민심은 그릇된 과거와의 과감한 단절과 함께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라는 의미이다.
4월 총선 계기로 '대한민국 세종시대 - 대한민국 최전성기' 열어야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짧은 시간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 동시에 이룬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의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는 5천만 이상의 인구를 가진 나라 가운데 3만불 시대를 연 7번째 나라이고, 영국 CEBR '세계 경제 순위표'에 따르면 200여개 나라 가운데 GDP 대비 12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며, 지난해 연말 중국 정부 산하기관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9 중국제조강국발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독일, 일본, 중국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 제조업이 세계 5위 수준'이다. (참고로 6위 프랑스, 7위 영국)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수평적 정권교체, 촛불명예혁명 등을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나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엄청난 경험과 대단한 자산을 무기로 올해 4월 총선에서 촛불혁명2을 반드시 성공시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세종시대' 즉, 대한민국 최고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야 할 것이다.
알다시피 세종대왕은 자주·애민·실용정신을 바탕으로 한 '창의 경영'으로 15세기 당시 조선을 세계 다른 모든 나라의 성과를 능가하는 가장 최첨단의 나라로 만들었다.(이를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로 1983년 일본이 편찬한 '과학사기술사사전'에 따르면 1400~1450년의 주요 업적으로 조선 29건, 중국 5건, 일본 0건, 동아시아 이외의 전 지역 28건이 기록되어 있음)
우리 민족사에 길이 빛나는 자랑거리인 훈민정음(한글) 창제를 비롯하여, 측우기·해시계·혼천의 등 많은 천문, 기상학 과학기자재 개발, 자주적인 천문역법 개발, 우리 실정에 맞는 '농사직설' 발간, 대표적인 의학서인 '향약집성방'과 '의방유취' 편찬, 민족정기를 되살리는 차원에서 단군사당과 고구려·백제·신라의 시조묘 건립, 그밖에도 인쇄기술, 무명과 분청사기의 대량생산기술, 철제화포기술... 등 그 성과와 업적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세종시대 32년간은 실로 정치·경제·군사적인 안정 속에서 과학, 기술, 천문, 지리학, 역사, 언어, 음악, 법학, 의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문물을 자랑했고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다. 가히 '조선의 최전성기'라 아니할 수 없다.
2020. 4.15 총선을 앞두고 우리는 역사 속에서 세종을 다시 불러내야 한다. 세종이 세웠던 기틀과, 찬란한 문물과 문화의 꽃,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왕권(여)과 신권(야)의 조화를 통한 이상적인 정치를 다시 대한민국에서 구현해 보자는 것이다.
그럼 세종시대는 어떻게 찬란한 문물과 문화의 꽃을 피웠을까? 그것은 집권여당이라고 볼 수 있는 왕권과, 야당과 언론과 시민사회라고 볼 수 있는 신권의 조화·협력을 통한 이상적인 정치였다고 본다. 많은 전문가들이 세종의 이상적인 문화정치는 신하들을 포함해 백성들과의 적극적인 협력, 설득, 동의를 통해 하나하나 이루어낸 것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세종은 언로를 대폭 개방하여 신하들과 장시간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실용성과 완성도 높은 정책을 실시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였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세종의 '실용적 창의 경영'과, 집단 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동 연구와 협업이 만든 '세종시대 성공신화'는 조선시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우리 핏속에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기에,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또한 2020. 4.15 총선에서 새롭게 구성된 촛불국회는 국민들의 고통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여야의 협력·조화를 통한 실용적, 생산적인 정치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외화내빈·기형적인 민낯의 대한민국'을 넘어서려면
모든 것에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에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다 보니, 양극화, 불평등, 구태, 악습, 특권을 이용한 반칙과 꼼수 등 산적한 문제와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장애물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또 한번의 집단지성과 슬기가 필요하다.
가난한 소작농이 만석지기 부농이 되었다면 당연히 몸가짐과 말투, 씀씀이와 우선순위 등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 말로만 'Global Standard'라 하지 말고, 교육, 주택 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 기준, 국제적 수준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것, 뒤떨어지는 것은 무엇인가 꼼꼼하게 찾아 철두철미한 전략과 세심한 중장기적 매뉴얼에 입각해 과감하면서도 지혜롭게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이다. OECD 가입국에 걸맞게 적어도 OECD 평균은 가야 할 것이다.
보리밥 먹던 시절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소국으로 성장·발전했다면 마땅히 무엇보다 삶의 질이 달라지고 높아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성적표는 분명 겉으로 보기에 화려해졌고 대단해졌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니 '헬조선'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출산파업까지 하고 있다. 왜 우리 국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을까?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 했기 때문은 아닐까?
내실을 기하지 않고, 앞만 보고 질주하던 자동차처럼 어느 순간 돌아보니 '불평등, 양극화, 가분수, 비대칭, 기형적 현주소...' 등 외화내빈의 대한민국 자화상을 목도한다. 이제는 부끄러운 민낯을 용기있게 내어놓고 국제적 수준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예컨대 삼성 제품은 세계적 수준인데 왜 삼성일가의 수준은 세계적 수준에 미치지 못할까? 한진 등 일부 재벌가 갑질에서 보듯 왜 한국의 부자들은 존경받지 못할까? 대한민국 부자들도 '천박한 졸부'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처럼, 10위권의 경제강국인 대한민국도 반상식과 비논리에서 벗어나 이제 상식과 논리가 통하는 세계적 수준의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 두 가지만 말하라면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를 꼽는다. 그렇다면 정부여당과 정치권, 그리고 언론과 시민사회,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한 진단 아래, 해결하기 바람직한 방안과 대안을 내어놓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필자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 다만 집을 구할 수 없어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고, 집 장만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느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부부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싱가폴이나 몇몇 나라들처럼 주택도 공공재로 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1가구 2주택부터는 과중한 보유세 도입 등) 특히 돈 없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많이 마련해야 한다. 이들에게 서울의 아파트는 이미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집 지을 땅이 거의 없으니 공공임대주택을 1호선 전철 위에 1년에 10만호씩 5년간 50만 정도 공급하면 어떨까?(더 필요하면 10년 동안 100백호 공급) 철도부지라서 다소 소음은 있겠지만, 비교적 값싸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고 교통이 좋다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은 분양하면 안된다. 분양하는 순간 투기의 온상이 되고, 공공임대로 남아있어야 또 다른 청년들이 계속 들어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고통시대' 끝내고 '교육행복시대' 여는 '혁명 원년'으로 삼아야
지난 10년 무상급식, 학생인권, 혁신학교로 대표되는 이른바 진보교육으로 학교와 교육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권위적·수직적인 학교사회가 민주적·수평적인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학교가 냉난방으로 어려움을 겪는 등 낙후된 모습이었으나 지속적인 학교환경개선으로 이제는 교실에 공기청정기까지 들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고교무상교육의 단초를 마련했고, 반값등록금 수혜대상이 확대되었으며, 만3~5세 누리과정 지원단가가 7년 만에 인상되는 등 교육의 공공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만18세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이라는 소중한 열매도 얻어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곪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는 우리 교육이 대한민국의 희망이었으나, 이제는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교육문제로 신음이고 비명이다. 교육이 국가 발전의 지렛대 역할이 아닌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고, 개인 행복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우리는 모두 소모적이고 고통스럽다는 현행 교육체제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언제까지 소금쟁이처럼 전근대를 맴돌 것인가? 정말 왜 우리는 독일과 핀란드 등 유럽 선진국처럼 "교육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이 고통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교육문제는 이제 교육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사실상 '출산파업'을 하고 있을까? 애를 낳아 대학졸업 때까지 4~5억이 들고 취업마저 안되는데 누가 애를 낳으려 할까? 일자리(고용), 주택(주거) 문제와 함께, '보육-교육'문제 해결이 핵심이라 여겨진다. 결코 교육문제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님에도, 다른 분야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도 교육정책을 교육정책만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교육논리가 실종'되지 않았는지, 교육혁신의 절박함과 절절함 부족으로 말로는 교육이 중요하다 하면서 정작 교육정책은 국정과제에서 늘 후순위가 아닌지, 교육정책 입안과 실행과정에서 학교현장은 무시·배제하고, 교사 또는 초중고 출신 교육전문가를 투명인간, 식물인간 취급하지 않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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