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의 이라크 다국적군 참가와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의 반발속에 1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49석만을 얻는 데 그쳐 50석을 얻어 대약진한 민주당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참패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총리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야당이 참의원 중간 선거에서 제1당이 된 것은 지난 1989년이래 15년만에 처음이어서 고이즈미는 취임 3년3개월만에 퇴임압력을 받을 정도로 최대위기를 맞게 됐다.
명분없는 이라크 파병의 부메랑이 고이즈미에게도 날아든 셈이다. 고이즈미의 이번 참패는 같은 위기에 직면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총리 등 '파병국가 수뇌'들에게도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 참의원선거, 민주당 1위-자민당 참패**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제20대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목표로 내걸었던 기존의석 51석보다 2석 줄어든 49석만을 차지했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기존의석인 38석보다 12석이나 늘어난 50석을 얻어 대약진했다.
이번 선거는 3년마다 의원정수의 절반인 1백21석(지역구 73석, 비례대표 48석)을 물갈이하는 선거로, 물갈이 선거에서 야당이 제1당이 된 것은 지난 1989년 당시 사회당이 46석을 획득해 36석에 머물렀던 자민당을 이긴 이래 15년만에 처음이다.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은 기존 의석보다 1석이 더 많은 11석을 확보했으며, 공산당은 지난 1959년이래 45년만에 최초로 지역구에서 전패하고 비례구에서만 4석을 차지하는 데 머물렀다. 이밖에 사회민주당은 2석, 무소속도 5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정치전문가들은 일본 정계가 본격적으로 양당제로 재편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연금제도 개혁 및 자위대 이라크 파병이 참패 원인**
투표율 56.57%를 기록한 이번 선거의 양대 쟁점은 부담은 늘리고 수령액은 줄이는 이른바 연금제도 개혁과 자위대의 이라크 다국적군 참가 문제였다. 자민당과 민주당의 여야는 선거기간 내내 이 문제 관련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자민당 패배 이유로 일본 언론들은 우선 국회에서 통과된 연금개혁관련법에 대한 유권자 불만을 꼽았다. 연금개혁법을 주도한 자민당에 강한 역풍이 분 것이다. 아울러 이라크 다국적군 참가를 밀어붙인 고이즈미 정권에 대한 비판의 성격도 강한 것으로 분석했다.
고이즈미 총리도 이날 저녁 NHK TV 프로에 나와 "이번 선거 패배는 연금제도와 이라크 다국적군 참가에 대한 비판"이라고 패배 원인을 시인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어 "연금개혁과 다국적군 참가 결정 등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혀, 향후 자위대 파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고이즈미 "다국적군 참가 등에 대한 국민비판 수용하겠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총리직을 유지할 것임은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날 "중의원 선거가 '정권 선택'의 선거인 만큼 참의원 선거로 책임론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개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선거 대상이 되지 않았던 선거구에서는 여당이 여전히 79석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선거에서 패배에도 불구하고 과반의석인 1백39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집행부도 일단 총리직 유지를 확인했으며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이를 수용하는 발언이 잇따랐다. 자민당의 아베 신조 간사장도 이날 "정권 선택 선거는 중의원 선거고 참의원선거로 총리의 책임문제가 거론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패배로 고이즈미 총리의 정국 운영이 험난할 것은 분명할 것으로 분석된다. 당 장악력과 정권기반이 크게 약화될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민당 일각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퇴진압력이 분출하기 시작한 상태다.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정권 선택의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며 고이즈미 퇴진 공세를 예고했다. 그는 또 "정부 여당의 연금법안 제정과 다국적군 참가 결정 등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표출됐다"고 주장해 추후 상황이 주목된다.
***이미 예견된 참패**
자민당의 패배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11일 참의원 선거를 엿새 남겨둔 지난 5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자민당과 당 총재 고이즈미 총리 지지도가 사상최악으로 급락했었다.
요미우리(讀賣) 신문이 최근 유권자 8만2천5백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이즈미 내각에 대한 지지도는 1주일전에 비해 5% 포인트 떨어진 36%를 기록했다. 이는 2001년 4월 고이즈미 내각 출범 이후 최악의 지지율이었다.
니혼게이자이(日經) 신문이 별도로 2만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고이즈미 내각 지지도는 5월보다 16% 포인트 하락한 40%를 기록했다. 이는 이 신문 정기 여론조사 사상 최악의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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