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되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병역의혹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미 국방부 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만 소실돼 '미국판 병풍(兵風)'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원본자료 소실에 대비해 따로 보관하는 백업문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美 국방부, “부시 병역자료 훼손돼”, 부시 병역의혹부분 훼손**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발표를 인용, “논란이 되고 있는 30년전 부시 대통령의 병역의혹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국방부 자료가 부주의로 인해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의 병역기록과 관련해서는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1972년 5월 이후의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969년 조종사 훈련을 마친 뒤 텍사스주 공군 방위군 생활을 2년하다 72년 5월 부시 가문의 친구인 윈톤 블라운트 상원의원 선거 캠페인을 돕기 위해 앨라배마로 갔다.
이 기간 동안 부시 대통령은 앨라배마 방위군에 복무 수행 신청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앨라배마 근무에 대한 어떤 공식기록도 나오고 있지 않다. 또 당시 앨라배마에서 근무했던 일부 방위군 장교들은 “부시 대통령을 본 기억이 없다”고 증언해 더욱 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가 보관하고 있는 그 당시 급료 수령 명부 등의 병역기록부는 부시 대통령의 병역 의혹을 풀어줄 열쇠라고 기대를 모았지만 미 국방부 정보자유 및 안보담당부서는 NYT 등 언론사에 훼손됐다는 서면자료를 보낸 것이다.
***“백업문서도 찾지 못해”. 백악관, 이전 반박 자료에서 훼손사실 언급안해**
국방부는 이와 관련, “전직 중위였던 부시 대통령을 포함해 무수히 많은 병사들의 급료수령명부 등 기록이 1996~97년 국방 재무회계본부(DFAS)의 훼손된 마이크로필름 복구 작업 과정에서 손상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이런 경우 등에 대비해 마련하는 백업문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정부자유국장의 명의로 NYT 및 각 언론사에 보내진 부시 대통령의 병역자료 관련 문서에 따르면 96년과 97년에 DFAS가 상태가 안좋은 마이크로필름 복원에 일부 성공했지만 69년 1.4분기와 72년 3.4분기의 경우 상당수 병사들의 급여기록 등 병역기록이 훼손됐다.
특히 훼손된 기록에는 1972년에서 1973년 사이 3개월을 포함하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의 병역 기록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기간이다.
이와 관련해 브라이언 허바드 DFAS 대변인은 “본부측이 감겨있던 2천피트 길이의 마이크로 필름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그러나 얼마나 많은 기록들이 훼손됐는지, 전에는 왜 이러한 사실이 공개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악관측은 지난 2월 민주당측의 의혹 제기 및 비판에 맞서 부시 대통령의 병역 기록을 설명하고 옹호하기 위해 수백페이지 분량의 기록을 발표하면서도 이 기간 동안의 국방부 자료가 훼손됐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었다.
***친 부시 인물들도 훼손 사실에 의문표해**
훼손됐다는 사실에 부시 대통령의 병력 의혹은 더욱 확대돼가고 있는 모습이다. 친 부시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인물들도 국방부의 훼손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부시의 병역기록 연구를 위해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알버트 로이드 전 중령도 국방부의 발표가 “문제를 해결해 줄것으로 믿었더 기록물들이 훼손됐다는 것은 나에게도 뉴스였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 병역 기록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며 <재선을 위한 부시 전쟁>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던 제임스 무어는 “이 기록들은 우리가 모두 관심있어했던 급여기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가 며칠동안 일했고 며칠 봉급을 받았는지 그 필름은 해결해줄 수 있을지 호기심 대상이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그것이 사라졌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무어는 이어 “부시 대통령은 그의 병역 기록을 증명해줄 다른 기록들을 공개해야 한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부시 병역의혹은 지난 2000년 대선때도 불거졌었으나 올초 다시 문제가 크게 제기됐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 2월 병역의혹을 대대적으로 다루기도 했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병역 의혹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자료가 의문의 훼손을 당함으로써 11월 미 대선에서 이 문제는 뜨거운 쟁점으로 다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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