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송두율 프로 예정대로 방송하기로

MBC노조 "사장 퇴진운동" 경고에 경영진 하룻만에 방침변경

경영진의 중단지시가 내려졌던 MBC 'PD수첩'의 송두율 관련 프로그램이 MBC 노조의 강력한 항의로 예정대로 오는 13일 오후 11시5분 방송하기로 햇다.

'송두율과 국가보안법'이라 이름 붙여진 이 프로그램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이 진행중인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 사건을 바탕으로 국가보안법의 문제점 등을 짚어볼 예정이다. 또 이를 통해 국가보안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눈길을 돌리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그러나 MBC 경영진은 지난 7일 오후 이긍희 사장 등 전체 경영진이 모인 임원회의에서 PD수첩 팀에 대해 제작 중단 지시를 내렸었다. MBC 노조에 따르면 경영진은 "송두율씨 사건이 재판에 계류중이어서 방송을 할 경우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비전향 장기수 3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데 대해 반발이 큰 시점에서 MBC가 의문사위 입장을 두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작중단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MBC 노조는 8일 성명을 통해 "기획안이 통과돼 촬영이 진행중이고 방송을 코앞에 두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느닷없이 제작 중지를 지시한 것은 MBC역사상 유례가 없는 폭거"라며, 사측의 제작중단 지시 이유와 관련해선 "참으로 공영방송 MBC의 경영진이라면 입밖에 낼 수 없는 언어도단의 논리가 아닐 수 없다"고 맹성토했다.

노조는 이어 "이미 사실관계가 다 드러나 1심 판결까지 내려진 사안에 대해 방송하는 것이 어떻게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다"며 "이긍희 사장과 임원회의 석상에서 이구동성으로 제작 중단을 건의했다는 경영진 모두가 책임져야 할 대다. 외부세력의 입김이 두려워 MBC의 독립과 자율, 그리고 국민의 알권리에 봉사할 의무를 내팽개치겠다면 그런 사장, 그런 경영진은 필요없다"고 말해, 사측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이긍희 사장 퇴진운동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MBC 경영진은 재차 대책회의를 가졌고, 노조 요구를 수용해 예정대로 이 프로그램을 13일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송두율 교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3월 30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고 지난달 30일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이 구형된 뒤 오는 21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