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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교수 최태호와 최태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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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교수 최태호와 최태호 교수

초임 교사 시절이었다. 학부형과 통화 중에 “안녕하세요? 저 최 선생입니다.”라고 했더니 전화가 끝나고 부친께서 뭐라고 한 말씀하셨다. “네가 너 보고 선생이라고 하는 게 어디 있니?” 라고 하시면서 자기 자신을 선생이라고 높이면 못쓴다고 하셨다.

우리말에는 압존법(壓尊法)이라는 게 있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예의범절이다. 과거에는 할아버지께서 “얘! 네 아비 뭐하니?” 하고 물으시면 손자는 “예, 아비가 신문을 봅니다.”와 같이 대답하여야 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조금 변해서 “예, 아버지가 신문을 봅니다.”라고 해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예의는 항상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 사람들은 언어 때문에 다투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반말한다고 싸우고, 말투가 사납다고 싸우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말의 예절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면이 많다. 특히 존대법에서 어디를 높여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생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것이 “야! 삼룡아. 선생님이 너 오시래.”라고 말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학과장에게 “회장님이 택시를 타셨는데, 길이 막히셔서 늦으신대요.”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실제로 필자가 학교에서 경험한 사실이다. 우선 앞의 문장은 “야! 삼룡아 선생님께서 너 오라셔.”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고 뒤의 문장은 “00(이름)가 택시를 탔는데 길이 막혀서 좀 늦는다고 합니다.”라고 해야 적확한 표현이다. 학생에게는 학과 선배이지만 교수의 입장에서는 제자이기 때문이다.

어느 모임이든 간에 처음 만났을 때는 본인 소개를 하는 순서가 있다. 그럴 경우 “안녕하십니까? 저는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최태호입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사회자는 “중부대학교 최태호 교수님이십니다.”라고 하지만 본인을 소개할 때는 직함을 앞에 넣은 것이 듣기에 좋다. 일반적으로 직함을 이름 뒤에 붙이는 것은 상대방을 높이는 뜻이다. 그러므로 본인이 "저는 (자기 이름) 작가/교수/의원입니다"라고 하면 자기가 자기를 높이는 것처럼 들린다. 쉽게 말해 "최태호님" 같은 뜻이 되어버린다. 앞에서처럼 “저는 한국어학과 교수 최태호입니다.”라고 한 것은 어색하지 않지만 ‘최태호 교수입니다.’라고 하면 조금 어색하다. 스스로를 높이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뒤에 직책명을 붙이는 것은 존칭 및 타인을 칭할 때 쓰는 것이고, 앞에 직책을 붙이는 것은 자기소개할 때 쓰는 방식이다. 이것은 군대예절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군대에서는 자기를 소개할 때 군대 관등성명을 먼저 밝힌다.

‘이병 XXX!’, ‘OOO 병장님!’이라고 하는 것처럼 자신을 밝힐 때는 직책(직업)을 앞에 놓고, 타인을 말할 때는 직책(직급)을 뒤에 넣는 것이 보기에 좋다.

종교인들 중에 본인이 스스로 “OO 스님입니다.”라고 하든지 “OOO 목사입니다.”라고 하는 것을 가끔 보는데, 사실 보기나 듣기에 썩 좋지 않다. 이것은 장로나 권사, 집사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장로’라는 말은 ‘어르신’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도 ‘Elder'라고 한다. 자기 스스로 ’어르신‘이라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예의지국이라고 하는 나라인데 “나는 최태호 어르신입니다.”라고 하는 것이 격식에 맞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역시 “장로 000입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듣기에 좋다.

교수는 직업을 이르기도 하고 직책(직급)을 말할 때도 쓴다. 같은 의미에서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을 ‘교사’라고 하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을 ‘교수’라고 한다. 이것은 직업을 이름이지 호칭은 아니다.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일반적인 호칭은 ‘선생님’이다. 혹간에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싫어하는 ‘교수’들이 있다. “내가 고등학교 선생이냐?”하고 따지는 사람도 보았다. 이런 사람들은 직책과 호칭을 구분하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을 “교사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는지 묻고 싶다.
(예절은 항상 변하기에 조만간 “교수님”도 호칭이 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아직은 호칭어가 아니고 지칭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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