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들이 고 설요한 동료지원가의 죽음에 고용부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며 1일부터 서울고용노동청 청장실 앞을 점거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실적 위주의 중증장애인 취업지원 사업이 설 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과와 함께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 전면 개편 △중증장애인에게 맞는 공공일자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동료지원가' 설요한 씨, 그는 왜 목숨을 끊었나
고 설요한 씨(당시 24살)는 지난달 5일,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뇌병변 장애인이었던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중 하나인 '동료지원가' 업무를 맡았다.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은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가 실업 상태에 있는 다른 중증장애인 을 찾아 상담 등을 통해 취업의식을 고취시키는 사업이다. 지난해 4월 전국에 있는 32개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기준 한 달에 4명씩 연간 48명, 한 명당 5회의 만남이 필수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중증장애인 한 명을 발굴해 5차례 상담을 진행하면 20만 원의 수당이 나온다. 중증장애인 참여자가 활동 후 6개월 내에 취업을 하면 20만 원의 연계수당이 다시 지급된다. 한 달에 4명, 다섯 번 상담을 통해 받는 기본수당 80만 원은 중증장애인 참여자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상담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반납해야 한다.
여기에는 자조모임을 만들고 상담일지를 작성하는 등의 업무가 뒤따른다. 중증장애인이 감당하기 벅찬 업무량이었다. 월 60시간가량 일을 한 설 씨가 받은 임금은 4대 보험을 제하고 나면 66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심지어 동료지원가가 할당된 업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고용노동부는 그만큼의 수당을 환수한다. 서류작업도 잘못되면 부정수급으로 간주됐다. 과중한 업무와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설 씨는 결국 중간점검을 며칠 앞두고 목숨을 끊었다.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사업
전문가들은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은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증장애인인 설 씨는 그에 맞지 않은 과도한 업무를 해야 했다. 심지어 그 업무는 '중증장애인의 취업의식을 고취'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전장연은 "중증장애인 대부분은 일할 의욕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에 맞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장애를 재활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분위기 속에서 중증장애인에게 맞는 직종과 직무 기준이 없다"고 지적한다. 2017년 기준 중증장애인의 72.7%는 '비경제활동인구'다. '일할 의사가 없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이란 의미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중증장애인은 일할 능력이 없다 규정해놓고 사회적 안전망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이런 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은 시설로 보내지고 사회에서 격리되고 배제되는 길 말고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자리는 시혜와 동정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며 "중증장애인에게 맞는 직무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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