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4월말부터 5월초까지 7일 동안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했으나, 연구소 측이 이를 확인하고도 과학기술부 등 관련 부처에 즉시 보고하거나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방사능 관련 안전관리 시스템의 허술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대전 원자력연구소, "4월말 방사능 누출... 5월말까지 은폐"**
산업자원위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은 "대전 원자력연구소에서 연구용 원자로를 운전하는 과정에서 중수 일부가 누출돼 굴뚝을 통해 기화(氣化)됐다"며 "4월말부터 5월초까지 7일 동안 방사능이 누출했으나, 연구소측은 과학기술부 등 관련 부처에 즉시 보고하거나 공개하지 않았다"고 8일 오전 밝혔다.
조승수 의원은 "4월27일 방사능 누출 징후가 포착됐고, 5월3일에는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고 4일에는 밀봉했다"며 "최초에는 외부로 방출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승수 의원은 "누출 후 연구소 측이 즉시 회수에 나섰으나, 일부는 회수하지 못해 그대로 대기 중으로 방출됐다"고 덧붙였다.
연구소 측은 빗물 등을 통한 자체 시료 채취를 통해 방사능 물질의 누출량 및 위험 정도 등을 조사한 결과, 누출된 방사능이 인체에 영향을 주는 허용 기준치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평균치보다 22배나 높은 수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원자력 연구소, "자체 시료 채취 조사 후 5월말에야 과기부에 보고"**
한편 원자력연구소는 인체에 매우 위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으로 누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시료 채취 조사를 마친 후인 5월말에야 과기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승수 의원은 "5월4일까지 시료 채취 조사를 한 결과 과기부 고시 기준을 초과해 5월25일에야 과기부에 보고가 됐다"며 "그 전에는 점검을 위해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는 보고만 해 은폐 의혹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 측은 "소량 누출이어서 상부 보고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 주변 19만6천여명 거주, 무사안일 전형**
현재 원자력 안전은 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담당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소는 KINS에 일일 운전 현황을 보고하고 있으나, 사고 1주일 동안 방사능 누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발생지역인 원자력연구소 주변은 19만6천여명이 거주하는 대전 유성구인 것을 감안하면 무사안일한 태도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이번 사고는 연구용 원자로의 방사능 누출 사고에 대한 과학기술부와 KINS의 관리 체계에 허점이 있는 것을 보여준 것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원자력연구소는 대덕 연구단지에 새로운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할 예정이어서 더욱더 그렇다.
조승수 의원은 "방사능 관련 안전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생겼다는 증거"라며 "이번 일에 대해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재각 민주노동당 과학기술보좌관은 "과기부는 사실상 원자력 진흥부처"라며 "원자력 안전규제 업무를 과기부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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