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와 관련해 이스라엘에 압력을 넣을 의도가 없다. 이는 압력을 넣는 문제가 아니며 나는 압력을 넣을 힘이 없다.”
북한, 이란 등에 대해서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같이 말하며 2백여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들에 의해 움직이는 IAEA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IAEA 사무총장, “이스라엘에 압력 넣을 힘 없어”**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이날 3일간의 역사적인 이스라엘 방문을 시작하며 “핵문제에 대해서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할 의도가 없다”며 “이는 압력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압력을 넣을 힘이 없다”고 밝혔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그러나 이스라엘이 아랍지역에서 핵무기를 제거하는 대화를 시작하도록 독려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지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이 IAEA의 부속의정서에 조인함으로써 핵관련물질 수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크 그보즈데키 IAEA 대변인도 이날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우리의 목표가 야심만만했으며 하룻밤만에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러나 그는 진전을 이루는 데 필요한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AEA 사무총장이 ‘핵 의혹투성이’인 이스라엘을 방문하기는 6년만으로 방문기간 동안 아리엘 샤론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에 핵활동 투명성을 제고하길 요구할 방침이다.
***이스라엘 2백기 이상 핵탄두 보유, NPT에도 가입하지 않아**
하지만 북한이나 이란 등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던 IAEA가 비단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그동안 강경한 입장도 보이지 않았고 이번 방문에서도 “압력을 가할 힘이 없다”며 ‘자기고백적’ 입장을 내비친 데 대해서는 미국 등 서방국들에 좌지우지되는 IAEA의 현주소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정책에 따라 핵무기 보유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정책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이스라엘 원자로가 매년 생산해내는 플루토늄 양에 기반해 판단해 볼 때 이스라엘이 이미 1백기에서 2백기에 이르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국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밀도 아니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중동국가 가운데 NPT에 가입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다. 이는 바로 이스라엘이 유엔 등의 조사관들에게 핵 프로그램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IAEA의 핵사찰을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스라엘, “이란 때문에...”. 이스라엘 핵무기 1986년 폭로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공공정책센터의 제럴드 스테인버그 연구책임자는 그러나 “이웃 아랍세계와 이란 등의 지속되고 있는 적대적 태도로 인해 현재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스라엘 입장을 옹호했다.
하지만 많은 아랍국들은 미 부시 행정부가 개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소형 핵무기를 이스라엘은 이미 개발해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이스라엘의 디모나 핵발전소 기술자인 모르데차이 바누누는 1986년 이스라엘 핵무기 개발 관련 정보와 60장의 사진을 폭로해 이스라엘의 핵관련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주요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 공개는 철저히 피하고 있다.
이번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이스라엘 방문에서도 가장 많은 의혹을 사고 있는 디모나 핵발전소 방문은 이루어지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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