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로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에 감염된 뒤, 당국의 늦장 대응으로 그 부인이 '2차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2003년 당시 당국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공개를 안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혈로 AIDS 감염, 부인은 '2차 감염'**
7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AIDS 감염자의 피를 수혈받아 AIDS에 감염된 것으로 2003년 5월 공식 발표된 70대 남성 A씨의 부인도 비슷한 시점에 AIDS에 감염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A씨는 수혈로 감염됐지만, 그 부인은 남편과의 관계에서 AIDS에 감염됐다"며 "부인은 AIDS 통계에서도 성 접촉에 의한 감염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A씨의 감염 사실은 지난 2002년 12월 헌혈 혈액을 수혈 받은 10대 여성이 AIDS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시 국립보건원(현 질병관리본부)의 추적조사로 2003년 4월에야 확인됐다. 수혈을 받은 지 1년 가까이 지나서였다. 그 부인은 2003년 5월에 AIDS 감염자로 확진됐다.
이들 부부는 이후 대한적십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 위자료 명목으로 3천7백50만원씩 총 7천5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 수혈로 인한 AIDS 2차 감염이 발생한 경우는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수혈로 인한 AIDS 2차 감염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과 관련해, "당시 담당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답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혈우병 환자 3분의 1, C형간염 바이라스 감염돼"**
한편 국내 혈우병 환자 세 명중 한 명이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고, 그 원인이 오염된 혈액제제의 사용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6일 "한국혈우재단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혈우환우 1천7백4명 중 37%인 6백32명이 C형간염 바이러스(HCV)에 감염됐다"며 "일반인의 감염률이 1%에 불과하고 C형 간염 감염 경로의 80% 이상이 혈액 등에 의한 직접 감염임을 볼 때 이같은 감염률은 오염된 혈액제제로 인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국내 헌혈 혈액에 C형간염 검사가 시작된 1991년 감염률은 61.5%에 달했으며,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현재는 전체 혈우병 환자 중 9.04%에 달하는 1백54명이 C형간염 발병 환자로 파악되고 있다.
고 의원은 또 "수십년간 국내 혈우병 환자가 먹어온 N사의 치료제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혈액을 제공받아 제작한 것"이라며 "지난 3월28일 엄청난 양의 오염혈액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제약사와 의료기관에 공급돼왔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진 바 있다"고 말했다.
C형간염의 경우 일반인의 양성률은 0.5~1.5%에 불과하기 때문에, 혈우병 환자들을 수혈을 받거나 혈액 응고인자를 투여 받는 과정에서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온 것으로 추정돼 왔다. 이것은 2003년 기준으로 일본(52.02%), 미국(29.17%), 영국(46.31%) 등도 혈우병 환자의 C형간염 감염 비율이 높은 데서도 알 수 있다.
고 의원은 "혈우병 환우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대한적십자사, 식품의약품안전청, N제약사, 보건복지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고경화 의원의 주장에 대해 N제약사 관계자는 7일 "1990년대부터는 HCV 검사법이 도입됐으며, 여러 번에 걸친 추가 검사와 바이러스를 불활화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1991년 이후 제품으로 인한 감염은 없다"며 "미국에서도 혈우병 환자 중 HCV 감염 비율이 높지만, 이는 다 1990년대 이전에 감염된 것으로 최근에는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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