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불황 여파로 경기침체에 빠진 경남 거제지역 임금노동자들의 경제활동 여부와 고용형태를 분석한 의미있는 자료가 발표됐다.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과 산업구조가 특정업종에 편중되었을 때 겪게 되는 유형이라는 점에서 거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작은 국가로 보고 주목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도 있다.
거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는 지난 26일 거제시의회 회의실에서 통계청이 매년 2회 실시하는 ‘지역별 고용조사(통계청 2019년 5월 조사, 11월 원자료 공개)’ 자료를 활용해 거제시 현황과 비교한 ‘거제시 임금노동자 및 비정규직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은 지난 2019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서 전국 15세 이상 인구 중 38만 3463명(취업자 23만 335명, 실업자 6916명 및 비경제활동인구 14만 62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거제시는 2111명의 15세 이상 인구가 실제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거제시의 취업자는 1232명, 실업자는 84명이 응답했으며 취업자 중에서 임금노동자 951명,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58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179명, 무급가족종사자 44명이 응답했다. 자료 분석에서는 이와 같은 조사대상 임금노동자에 통계청에서 자체적으로 부여한 가중치를 곱해서 나온 임금노동자수를 활용했다.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에서 확인한 거제시의 15세 이상 추정 인구는 20만 2749명이며, 이 중 경제활동인구는 13만 2821명, 비경제활동인구는 6만 9928명,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취업자는 12만 3911명, 실업자는 8910명으로 확인됐다.
2019년 상반기 거제시 경제활동참가율은 65.5%로 전국 평균 경제활동참가율 61.7%와 비교하면 조금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실업률이 6.7%로 전국 평균 실업률 4.3%보다 매우 높았다.
다행한 것은 거제시 2018년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은 낮아지고, 실업률은 대폭 상승하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2019년에는 다소 회복되는 추세를 보였다. 역설적이게도 높은 실업률이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리면서 전국 평균을 넘어섰다.
거제시 남성 노동자 평균임금은 305.8만 원인 반면, 여성 노동자 평균임금은 184만 원으로 약 120만 원 차이가 났다. 남성 정규직의 평균임금은 314.4만 원으로 전국 남성 정규직 370.4만 원보다 낮았으며, 여성 정규직 평균임금도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비정규직의 경우 남성은 거제시의 평균임금이 높은 편이며, 2019년 거제시 남성 정규직 임금은 314.4만 원과 비교했을 때 여성 비정규직 134.8만 원은 약 180만 원의 차이가 났다.
거제시 주요산업별 노동자 분포는 제조업 노동자가 58.6%로 단일 업종 중에서는 월등하게 높았으며, 전국의 제조업 평균 20.3%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두 번째로는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이 6.7%, 숙박 및 음식점업이 6.4%로 세 번째, 전국 평균은 도소매업이 10% 초반으로 비중이 높은 편인데, 거제시는 조선업과 함께 관광산업이 발전하면서 숙박 및 음식점업의 비중이 높았다.
거제시 제조업 평균임금을 확인한 결과 2019년 평균임금은 303.9만 원으로 전국의 제조업 평균임금 314.0만 원보다 약 10만 원 낮았으며 이는 조선산업 구조조정 진행과정에서 임금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제조업 정규직 임금은 310.1만 원, 비정규직 임금은 253.4만 원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나고 있지만, 제조업은 비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임금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의 2019년 평균임금은 162.9만 원으로 거제시 평균임금보다 매우 낮았고, 숙박 및 음식점업 정규직 평균임금도 211.0만 원으로 제조업 비정규직 평균임금보다 낮았다.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평균임금은 247.1만 원인데,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이 288.2만 원으로 오히려 높았다.
거제시 임금노동자들 중에서 도소매업(186만 원), 숙박 및 음식점업(163만 원), 부동산업(192만 원),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업(204만 원),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158만 원) 등의 평균임금이 200만원 전후에서 그 아래로 임금수준이 낮은 편으로 분석됐다.
여타의 제조업 중심도시들과 달리 거제시는 전체 임금노동자 및 제조업 노동자 평균임금이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수준이 낮은 도시로 나타났다. 아울러 경남 지역비교에서 전반적인 노동시간 단축 경향으로 주당 평균노동시간이 40시간 초반인 반면 거제시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했었다.
2019년 거제시 임금노동자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42.8시간, 월 평균임금은 269.7만 원으로 전국 평균 주당 노동시간 40.5시간, 월평균임금 274.8만 원과 비교했을 때 거제시 노동자들이 주당 2.3시간 정도 더 일하지만 전국의 임금노동자들보다 약 5만 원 정도 낮은 임금을 받고 있어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거제시 임금노동자 중에서 28.3%가 최저시급 미만을 받고 일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은 19.0%, 비정규직은 53.4%가 2019년 법정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거제시가 속한 경상남도 내 18개 시군별 임금노동자들의 평균임금과 비교한 결과 2019년 거제시는 진주시(286만원), 김해시(270만원) 다음으로 3번째로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이 높았다.
경상남도 18개 시군의 평균시급을 비교한 결과 거제시 노동자들의 평균 시급은 1만 2193원으로 5번째로 높았다. 월 평균임금은 3번째였으나 거제시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이 가장 길어서 시급으로는 진주시, 양산시, 사천시, 김해시 다음으로 5번째였고, 2019년 최저시급 8350원 이하인 노동자 비율을 확인한 결과 거제시는 25.3%로 진주시, 하동군, 양산시, 사천시 다음으로 5번째로 평균시급과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은 경남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한편 주요 제조업 도시들과의 전산업 평균임금과 제조업 평균임금을 확인한 결과 거제시 제조업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304만원으로 중소영세 제조업이 밀집된 시흥시를 제외하고는 제조업 노동자 평균시급이 가장 낮았으며, 여수, 광양, 울산 등과는 현격한 차이가 났고, 창원시나 구미시보다 전산업 평균임금은 높았지만, 제조업 평균임금은 낮았다.
박종식 책임연구원은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임금수준이 낮은 업종들을 대상으로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연도별로 거제시 지역 차원에서 전략대상으로 선정하여 임금 및 노동시간을 포함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재하 부센터장(거제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번 통계청 자료분석은 거제에서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020년도 비정규직센터 정책사업으로 조선업 포함 주요업종의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 2020년 최저임금 실태조사 시행 등 취약계층 저임금 노동자의 노동권익보호에 중점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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