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처음으로 이라크 특별재판소 법정에 출두, ‘세기의 재판’이 시작됐다. 그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자신은 “이라크 대통령”이며 “부시가 진짜 범죄자고 이 재판은 모두 연극”이라고 특유의 강한 어조로 독설을 퍼부었다.
***후세인, 특별법정 첫 출두, 재판 시작. “부시, 진짜 범죄자”**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대통령궁이 있던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의 미군기지 ‘캠프 빅토리’내에서 열린 이라크 특별재판소 법정에 처음으로 출두, 재판이 시작됐다.
바그다드 공항 내 미군기지 수용시설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 후세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3일 미군에 체포된 이후 7개월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약간 마르고 주름살이 졌지만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이 자리에서 후세인 전 대통령은 7가지 전쟁범죄와 대량학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재판관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이것은 모두 부시에 의한 연극이고 부시가 진짜 범죄자”라고 주장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1988년 쿠르드족 가스학살, 1990년 쿠웨이트 침공, 1991년 쿠르드족 및 시아파들 봉기 압살, 1980년대 쿠르드지역에서의 종교, 정치지도자 살인 등이다. 그는 재판관이 인정신문을 마치고 혐의사실이 적힌 법률 서류에 서명을 요구하자 “변호사를 대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명을 거부했다.
이날 재판은 약 26분간 진행됐는데 후세인 전 대통령은 재판정으로 이송될 때는 수갑이 채워지고 다리와 허리에는 철제 포승으로 묶여 있었지만 재판이 진행될 때는 모두 풀어진 상태였다.
***후세인 “나는 이라크 대통령”“부시 재선 돕기 위한 연극”**
후세인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정에 들어서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정을 쳐다보고는 묻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재판관이 재판을 시작하며 다시 이름을 묻자 그는 또다시 “사담 후세인 알-마지드, 이라크 대통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첫날 재판에서 간혹 재판관보다도 재판진행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강조하는 톤과 제스처로 젊은 재판관을 가르치려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재판관에게 “당신은 이 재판이 부시의 재선을 돕기 위한 연극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재판관이 누구이고 어느 체제 하에서의 법률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묻기도 했다.
그는 또 “이라크 사법제도는 언제나 이라크 국민들의 뜻을 반영한다”며 “재판관, 당신은 점령군의 법률에 따라 일해서는 안된다. 이들은 침략군”이라고 강한 톤으로 주장했다.
그는 재판을 받는 동안 웃옷에서 펜을 꺼내 노란색 종이에 무언가를 쓰며 기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또 몇 차례 재판을 방해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재판관의 제지를 당했다.
***쿠웨이트 침략 혐의에 대해선 '개(dog)' 등 비속어 쓰며 강하게 반발**
재판을 받는 동안 후세인 전 대통령은 다양한 감정을 표출했다. 신경이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경멸감을 표시하기도 했으며 분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쿠웨이트 침략을 언급할 때는 더욱 그러했다.
그는 “이라크군은 쿠웨이트로 진격해 들어갔으며 이들 우리 군인들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며 “어떻게 사담이 쿠웨이트 문제로 기소될 수 있는가”라며 자신을 3인칭으로 묘사하며 거센 감정을 표출했다.
그는 또 “쿠웨이트는 이라크 여성을 10디나르짜리 매춘부로 전락시키겠다고 했다”며 “그는 이라크의 명예를 지켰고 이들 개들(쿠웨이트)에 대한 역사적인 우리의 권리를 회복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다시 자신을 3인칭으로 묘사하고 쿠웨이트에 대해서는 개들(dogs)이라는 비속어까지 써가며 강하게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슬람에서 ‘개’는 매우 심한 욕 가운데 하나다. 재판관은 이에 대해 “재판정에서는 그러한 언사는 용납될 수 없다”며 제지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후세인 전 대통령 이외에도 11명의 후세인 체제하 고위직 관리들이 차례대로 재판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에는 후세인 전 대통령의 ‘입’으로 활동해온 타리크 아지즈 전 부총리, 알리 하산 알 마지드 전 대통령 고문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도 “어떤 사람도 직접적으로 결코 죽이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과정 조기 마무리는 힘들 듯**
이라크에서는 이날 후세인 전 대통령의 재판은 최고의 화두로 등장했다. 수많은 이라크 국민들이 재판 광경을 중계해준 TV 앞에 모여 진행과정을 지켜봤다.
스콧 멕클랠런 미 백악관 대변인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재판 과정을 녹화된 장면으로 시청했다”고 밝혔다. 멕클랠런 대변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이 모든 것들을 계속 말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후세인과 후세인 체제 주요 지도부는 이라크 법정에서, 이라크 국민들로부터의 심판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은 조기에 마무리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살렘 찰레비 재판소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재판절차에 대해 “2005년까지는 공식적인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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