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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콘크리트 걷어내고, 모래톱에서 일광욕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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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콘크리트 걷어내고, 모래톱에서 일광욕 즐기자"

'4대강 사업'에 맞서는 한강의 '생태적 복원'

국내 하천학자와 환경단체가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정반대 내용의 강 복원 계획을 제안했다. 복원은 복원이지만, 그렇다고 서울시장 재임 시절의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했던 청계천 복원과는 다르다.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오고 콘크리트 수로를 만든 청계천 복원과는 달리, 이들은 한강의 수중보와 콘크리트 제방을 철거함으로써 백사장과 갈대숲을 되살리는 '생태적 복원'을 주장한다. 16개의 보와 377킬로미터의 콘크리트 제방을 새로 만드는 정부의 4대강 사업과는 정반대의 내용이다.

국내 하천 전문가로 구성된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은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심포지엄 '한강의 생태적 복원'을 서울시의회 강당에서 열고, "한강의 신곡보와 잠실보, 콘크리트 제방을 철거하면 한강의 생태계가 다시 되살아날 것이며 진정한 '강 살리기'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의 한강은 거대한 '콘크리트 호수'"

"1960년대에만 해도 한강 광나루 등에는 하루 10만 명이 넘는 물놀이 인파가 넘쳤고, 2000년대 독일 뮌헨시가 복원한 이자르강 모래톱에도 일광욕을 위해 많은 시민이 찾고 있다. 서울도 한강을 복원해 시민과 생물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독일의 이자르강처럼, 시민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백사장과 여울을 되살리려면 신곡보와 잠실보를 철거하고 콘크리트 제방을 제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한강에는 잠실대교 아래의 잠실보와 김포대교 아래의 신곡보 등 두 개의 보가 설치돼 있다. '한강종합개발기본계획보고서'를 보면, 이들 수중보는 하천 수위를 유지해 취수를 원활하게 하고, 유람선의 운항을 위한 수위 유지를 위해 만들어졌다.

'한강의 개발과 파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상지대 홍성태 교수(문화컨텐츠학과)는 "한강은 1982년부터 시행된 한강종합개발사업에 의한 수중보 건설, 수로 정비 등을 거쳐 거대한 '콘크리트 호수'가 되었다"며 "토건 국가의 욕망을 넘어서 생태 복지 국가의 전망을 세워야 한다. 사람들이 평화롭게 강수욕을 즐기는 독일 이자르강은 우리가 실현해야 할 한강의 미래"라고 말했다.

▲ 수로를 뜯어 여울과 모래톱이 있는 '자연의 강'으로 복원한 독일의 이자르강 모습. ⓒ임혜지

▲ 콘크리트 제방으로 포장돼 시민들의 발을 담글 수 없는 한강의 모습. ⓒ최병성

"댐과 보 철거는 세계적인 추세"

그렇다면 수중보와 제방을 없애도 문제가 없을까. 전문가들은 "수중보를 철거해도 하천 이용에 영향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환경연구소 박창근 소장(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보 철거 시 수위 저하는 신곡보 상류 구간의 경우 0.5미터, 잠실보 상류는 0.3미터 정도 발생하고, 최심 하상고(강의 가장 깊은 곳)의 경우 대부분의 구간에서 6미터 이상 확보될 것"이라며 "수면적은 평균 10퍼센트 정도 감소하지만 전체적으로 한강 폭은 600미터 이상 유지되는 등, 보를 철거해도 수리학적 변동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처장 역시 "신곡보와 잠실보는 선박 운항에 필요한 수위 유지를 위한 시설로, 하천의 용수 공급 능력과 상관이 없다"며 "보 철거에 따른 수위와 수면폭 등의 변동도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염 사무처장은 이어서 "특히 하천의 유량은 갈수기에도 팔당댐 지점 1140만 세제곱미터/일로 계획돼 있는데, 이는 팔당 하류 하천수 사용 허가량 전체의 1.6배, 실질 사용량의 3.5배에 달해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대전대 허재영 교수(토목공학과)는 "댐과 보 철거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며 "미국의 경우 1912년부터 총 650개 이상의 보와 댐이 철거됐으며, 일본 역시 농업 용수 취수보 436개를 철거하고 대형댐에 대한 철거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한강 복원하면 백사장과 갈대숲 되살아날 것"

보와 콘크리트 제방으로 둘러싸인 한강의 수질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홍헌호 연구위원은 "서울시는 2007년 발표한 중기 재정 계획에서, 한강의 수질을 BOD 기준으로 2006년 3.0피피엠에서 2009년 2.7피피엠까지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가양의 수질은 3.13피피엠에서 4.79피피엠으로 오히려 악화됐다"며 "이는 오세훈 시장의 한강 수질 관리가 외관 개선에만 집중하는 '토목 개발형 전시 행정'이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혹자는 '한강이 살아나고 있다'고 하는데, 팔당댐-잠실수중보 수역에서 발견된 수서 곤충이 52종인데 비해 잠실수중보-신곡수중보 구간은 18종에 불과해 1982년 한강종합개발사업의 상처가 얼마나 큰지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전북대 오창환 교수(지구환경과학과)는 "한강의 수질 악화는 수중보에 큰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며 "보를 철거한 태화강의 사례는 보 철거가 수질 개선에 기여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1960년대 한강의 모습. 당시만 해도 모래톱이 그대로 남아있어 서울 시민들의 휴식 공간 노릇을 했다. ⓒ한강수도사업본부

자연스럽게 한강의 보와 제방을 철거하면 수질이 개선되고 생태계 환경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희대 유정철 교수는 "하천의 생태학적 기능을 떨어뜨리는 수중보와 콘크리트 제방을 철거하면 여울이 복원되고 모래섬이 생길 것"이라며 "그러면 보호 생물인 강주걱양태, 꺽정이, 황복 등의 서식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꼬마물떼새, 흰목물떼새 등 도요물떼새들이 되돌아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태보전시민모임의 민성환 국장은 "수중보와 콘크리트 제방의 영향으로 둔치와 물의 소통이 차단되면서 둔치의 건조화가 진행됐으며, 어류 산란처와 서식처를 파괴하고 야생 조류의 먹이 공급을 제한했었다"며 "한강이 복원되면 말즘, 개구리밥, 갈대 등이 세력을 형성해 전형적인 자연 하천의 식물 분포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국대 조명래 교수(도시계확과)는 한강 복원의 원칙으로 '생태계의 복원', '역사성의 회복', '시민들의 한강 가치 향유' 등을 내세우며 "마포나루터와 압구정 등의 문화 유적을 복원하고 뚝섬과 이촌 등에 강수욕장과 숲을 조성해 시민의 쉼터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들 단체들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제안된 내용을 서울시장 후보들이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후보에 대해서는 선거 과정에서 정책적 지원과 협력을 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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