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포함된 '범죄 통보 조항'을 독소조항이라고 규정하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공수처 설치 논란에 대해 지금까지 "국회와 국민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수긍하는 입장이었으나, '4+1' 협의체가 수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해당 조항을 막판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지자 공개적인 반발로 돌아섰다.
검찰이 문제 삼은 조항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공직자의 범죄 정보를 모두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공수처가 아닌, 검찰이나 경찰이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경우 이를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하고 공수처가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하도록 한 조항이다.
대검찰청은 26일 '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조항은 중대한 독소조항'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해당 조항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검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우선 "공수처는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으로 구성되어 고위공직자 등의 중요사안에 대한 수사를 하는 단일한 반부패기구일 뿐"이라며 "전국 단위의 검찰, 경찰의 고위공직자 수사 컨트롤타워나 상급기관이 아님에도 검경의 수사 착수 단계부터 그 내용을 통보받는 것은 정부조직 체계 원리에 반한다"고 했다.
이어 "압수수색 전단계인 수사 착수부터 공수처에 사전 보고하면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받아 과잉 수사를 하거나 가로채 가서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수사의 신속성, 효율성을 저해하며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국가 전체적인 반부패수사 역량을 저해할 우려가 높다"고 했다.
대검은 또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장과 검사 임명에 관여하는 현 법안 구조에서 공수처에 대한 사건 통보는 공수처의 수사검열일 뿐만 아니라 청와대, 여당 등과 수사정보 공유로 이어져, 수사의 중립성 훼손 및 수사기밀 누설 등 위험이 매우 높다"고 했다.
대검은 해당 조항이 법안에 포함된 경위에 대해서도 "중대한 내용을 변경하는 수정안으로서 수정의 한계를 넘었다"며 "사개특위, 법사위에서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사항이 4+1 협의 과정에서 갑자기 포함된 것으로, 이러한 성안 과정은 그 중대성을 고려할 때 통상의 법안 개정 절차와 비교해보더라도 절차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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