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고 김선일씨 피살을 추모하며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대해 강한 적개감을 표출하고 김씨 사망 사건의 책임이 마치 김씨에게 있는 양 매도한 뒤 이라크 대사관직원들을 적극 감싸고 나서,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일보, 김선일씨-촛불집회 싸잡아 매도한 뒤 외교관 적극두둔**
조선일보는 29일 26면에 게재한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가'라는 제목의 기명칼럼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문갑식 사회부 차장대우가 쓴 이 글을 통해 조선일보는 현재 바그다드에 체류중인 외교부 직원들의 고생담을 상세히 소개한 뒤 "외교통상부를 향해 던지는 돌이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으로까지 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주이라크 대사관은 작년말부터 '몸조심하라' '가능하면 빨리 인근국가로 나가라'고 해왔지만 한국인들은 코웃음만 쳤다"고 주장, 김선일씨 피랍-피살이 마치 이라크대사관 외교관들의 간절한 노력을 묵살한 김선일씨의 개인 책임인양 몰아갔다.
조선일보는 이어 "김씨 죽음후 다시 거리에는 촛불이 출렁이고 있다"며 "김씨를 애도하고 파병반대를 외친 그들은 후련한 심정으로 귀가할 것"이라고 김씨 사망을 애도하는 시민들을 악의적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하지만 시위할 수 있는 힘을 한번만이라도 험지에서 일하는 '진짜 외교관'들에게 쏟았더라면 김씨 사건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글을 끝맺었다. 마치 국민들이 '험지에서 일하는 진짜 외교관'들의 고초를 모르고 이들에게 평소 힘을 실어주지 않았기에 김선일씨 사건이 발생했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이자 논법이다.
한마디로 말해 조선일보는 김선일씨 피살사건의 근원이 미국의 부당한 참전요구에 굴복한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과, 이같은 파병을 압박해온 '조선일보' 등에 있음을 은폐한 뒤 엉뚱하게 고 김선일씨 및 국민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피랍의혹 진상규명 부담스러운가**
조선일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날 사설을 통해서도 김선일씨 피랍과정의 의혹을 밝히라는 범국민적 요구를 '후진국의 전형'이라고 매도하기도 해, 조선일보가 조직적으로 김선일씨 피랍 의혹을 덮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했다.
조선일보는 '테러 대비에 국가도 국민도 제몫 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지금은 재난이 넘쳐나는 시대이고, 우리는 이미 테러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나라"라며 "이 상황에서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기로 결정했을 때는 언제든 위험이 닥쳐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만사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여기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 있고,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절제하고 대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그걸 제대로 구분할 줄 아는 사회, 국가와 개인이 저마다의 책임을 다하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장광설을 편 조선일보는 이어 "사정이 이런데도 일만 생겼다 하면 개인의 잘못까지 무조건 국가 탓으로 돌리고, 이런 사정을 알 만한 사람들이 오히려 앞장을 서서 이곳저곳에서 벌떼처럼 일어나 나라를 뒤집듯하는 건 후진국의 전형"이라고 주장, 조선일보가 김선일씨 사건을 '개인의 잘못'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재차 드러내는 동시에, 피랍의혹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범국민적 요구를 덮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했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태도는 김천호 가나무역사장-미국정보기관 커넥션 및 이들의 조직적 은폐의혹 등 김선일씨 피랍을 둘러싼 의혹이 규명될 경우 자칫 파병반대 여론이 급증하면서 파병 자체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에 따른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어, 조선일보의 추후 보도태도가 주목된다.
전체댓글 0